[르포] '온천인지 바다인지' 고수온에 매일 물고기 죽어 나가

입력 2018-08-14 16:05  

[르포] '온천인지 바다인지' 고수온에 매일 물고기 죽어 나가
포항 앞바다 표층수 29도 지속, 어민 "3년 연속 피해" 한숨
심층취수시설비 자부담만 1억 넘어 영세어민 엄두 못내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3년째 고수온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양식장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14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양식장에서 만난 이모(59) 대표는 최근 고수온으로 양식장에서 애지중지 기르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양식장 직원들은 최근 매일 아침 수조에 들어가 뜰채로 죽은 강도다리를 건져 올리는 것이 일이다.
죽은 물고기는 색깔부터 티가 난다는 게 양식장 직원의 설명이다. 이날도 10개 통이 꽉 찰 만큼 수백마리의 광어와 강도다리 치어가 죽어 나갔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났지만 벌써 기온이 33도를 넘어서면서 양식장 안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흘렀다.
죽은 물고기는 우선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공무원 확인을 거쳐 처리업체를 통해 처리한다.
이 양식장은 강도다리와 광어 등 40만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이달 초부터 죽은 물고기는 2만마리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런 물고기 떼죽음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양식장 현장소장 이모(56)씨는 "지난해 못지않게 올해 고수온 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며 "이 상태로라면 물고기가 다 죽어 나갈 판이다"고 설명했다.
계속된 폭염으로 바닷물인지 온천인지 모를 정도로 수온이 올라가 물고기가 죽어 나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포항 구룡포읍 석병리 표층 수온은 28도, 장기면 양포리 표층 수온은 29도까지 올라가 평년 수온 25.8도를 훌쩍 넘어섰다.
포항, 경주, 영덕 연안에 발령한 고수온 주의보는 9일 오후 3시 경보로 대체됐다.
고수온 경보는 해당 수역의 수온이 3일 이상 연속해서 28도를 넘으면 발령된다.
육상에 있는 양식장은 대부분 수심 5m 이내 바닷물을 끌어들여 수조에 있는 물고기에 공급한다. 하루에 한 번 끌어들이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통상 18회 정도 물을 바꿔줘야 한다.
수조 1개당 38t의 물이 필요해 이씨가 운영하는 양식장의 경우 현재 수조 50개와 증설 중인 수조 30개를 포함하면 하루에 필요한 바닷물만 5만6천t에 이른다.
바닷물에 의존하는 만큼 양식장은 수온이나 적조에 민감하다.
이 양식장은 별로 깊지 않은 곳에서 물을 끌어쓰다가 작년과 재작년 고수온으로 기르던 물고기가 상당수 폐사한 아픈 경험이 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를까 싶었지만 역시나 고수온이 장기화하면서 2만마리가 죽는 피해를 봤다.
이달 들어 13일까지 포항에서는 양식장 26곳에서 35만7천여마리가 고수온으로 폐사해 지난해 44만1천마리를 넘어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룡포읍에 있는 또 다른 양식장은 고수온에 대비해 아예 자라지도 않은 물고기까지 모두 팔아버렸다.
그러나 조기 출하를 하지 못한 양식장은 이씨 양식장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13일까지 발생한 도내 전체 고수온 피해는 양식장 37곳에서 물고기 41만8천107마리, 전복 5만마리, 우렁쉥이 25줄(1줄 100m)이다.
각 양식장은 고수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조에 얼음을 넣고 액화산소를 공급하고 있지만 별 효과는 없다는 것이 어민들의 말이다.
포항 호미곶면 한 양식장 업주는 "수조에 얼음 1t 가까이 집어넣어도 수온이 29도에서 1도 정도 떨어지는 수준이다"며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양식장에서 고수온 피해를 줄일 근본적인 방법은 깊은 바다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다.
구룡포 앞바다를 기준으로 수심 20m 바닷물 온도는 20도로 수심 1m 표층수 온도인 28도와 큰 차이를 보인다.
포항시가 지원해 올해 5월까지 심층수 공급시설을 설치한 양식장 3곳은 고수온 피해가 전혀 없어 효과를 봤다.
그러나 취수시설을 설치하려면 자부담 1억2천500만원과 지방예산 1억2천500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펌프나 기계장비를 추가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영세한 업주들은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이번에 많은 돈을 들여 심층수 취수시설을 설치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효과가 없으면 다 포기해야 한다"며 "곧 취수를 시작할 예정인데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끝내 물고기들에게 시원한 물을 공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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