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내일은 광복절 73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 70주년인 뜻깊은 날이다. 광복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일제 36년의 침탈에도 민족의 혼을 꺾이지 않은 채 자유와 독립을 향한 겨레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의 대가로 되찾은 것이다. 독립운동 정신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의지로 계승되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여러 위기에 직면한 지금, 식민지 압제에 맞섰고, 산업화와 민주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선대의 용기와 결단, 인내와 지혜를 되새겨야 한다.
정부 수립 후 70년은 시련과 고난의 계속이자, 이를 극복하는 노력과 분투의 연속이었다. 미·소 냉전 체제라는 국제 정세에 휘말려 분단이 강제됐고, 한국전쟁으로 한민족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았다. 그런데도 전쟁의 잿더미에서 기적 같은 성공 신화를 썼다.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1953년)에서 3만 달러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민주화 역정도 자부할만하다. 3·1 운동의 독립 정신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으로 계승되었다. 국민주권이 억압당한 군사독재 시절에도 민주화 의지는 꺾이지 않아 부마 민주항쟁,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10 민주항쟁으로 이어졌고, 2016년에서 2017년에 걸친 겨울의 '촛불 혁명'으로 되살아났다. 1세기를 관통한 민주화 실천이었고, 평화적 시민혁명의 DNA가 살아 숨 쉰 역사였다.
민주화와 산업화의 성취를 양적으로뿐 아니라 질적으로 고양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과제다. 국민주권을 실질화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이 선결과제다. 식민지 시절 독립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계급·이념·지역·남녀·노소 구분 없이 거리로 나선 것이 3·1 운동이었듯이, 더불어 잘사는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경제적 통합과 정치적 연대·협치는 긴요하다.
이념 틀에 갇힌 진보·보수, 민주화·산업화 세력의 구분을 뛰어넘어 진정한 통합으로 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든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며, 이 점에서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온 시대를 산업화와 민주화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고 말했다. 통합을 통해서만 새 변화에 적응하고 새 과제를 헤쳐나갈 힘이 생긴다.
진정한 자주독립은 분단의 극복으로 가능하다. 통일로 가는 길에서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공영이 선결과제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대화 국면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물실호기'이다. 문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북한과 미국, 그리고 세계를 향해 발신하길 기대한다.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이다. 독립운동을 낡은 유산으로 박제화해서는 안 된다. 잊힌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기억해야 한다. 일본에 재차 당부한다. 새로운 출발은 과거에 대한 철저한 자성에서 비롯된다. 과거사는 인류 보편의 양심으로 역사의 진실과 정의와 마주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 진실한 반성과 화해 위에서 이웃 나라로서 미래로 함께 나아갈 길이 열릴 것이다.
2008년부터 광복절이면 재현되는 건국절 논쟁은 소모적이라 우려스럽다. 건국이냐, 정부 수립이냐 양자를 대립시키는 것은 근·현대사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가로막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제약하는 것이다. 광복절과 정부 수립의 공존 틀을 유지하고 함께 기념하는 게 바람직하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