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을 거부한 이탈리아가 이번에는 영국에 공을 떠넘겼다.
14일(현지시간) dpa 통신 등에 따르면 다닐로 토니넬리 교통장관은 전날 아쿠아리우스호가 영국령 지브롤터에 등록돼 있으므로 영국이 구조된 난민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니넬리 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배는 지금 몰타 해역에 있고 지브롤터 기를 달고 있다"며 "영국은 난민구조에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쿠아리우스호는 이달 10일 리비아 근해에서 두 차례 구조작업 끝에 난민 141명을 구조한 뒤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와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사이의 해역에서 대기 중이다.
아쿠아리우스호는 이탈리아와 몰타 측에 입항 가능 여부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의 포퓰리즘 정부가 출범한 이탈리아는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내걸고 난민구조선 입항을 막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배는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다. 다만 그곳이 이탈리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이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의 수용을 요구받은 것은 처음이다.
영국 정부는 이 배 난민들의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배가 지중해 인접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진행 중인 영국이 EU 국가의 난민 수용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
아쿠아리우스호는 올해 6월에도 난민 630명을 구조했으나 몰타와 이탈리아가 입항을 거부해 공해 상에서 머물다가 스페인이 난민 수용을 결정하면서 어렵게 스페인에 입항할 수 있었다.
한편 아쿠아리우스의 선원들이 블로그에 올린 글에 따르면 141명의 난민 중에는 보호자 없는 67명의 미성년자와 5세 이하 어린이 2명, 임신부 2명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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