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쿠데타를 일으켜 4년째 집권 중인 쁘라윳 짠-오차(64) 태국 총리가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 이후에도 정치를 계속할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쁘라윳 총리는 전날 방콕 정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 이후에) 정치를 계속하려면 관련 법률을 검토해야 한다"며 "9월에는 (정치를 계속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쁘라윳 총리가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재집권을 목표로 지지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 속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5월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분열 속에 질서유지를 명분으로 쿠데타를 선언하고, 잉락 친나왓 정부를 축출한 뒤 집권했다.
2016년에는 개헌을 성사시키면서 집권연장의 길도 열었다.
당시 국민 61%의 지지를 받은 개헌안에는 총선 이후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250명의 상원의원을 최고 군정 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임명하고, 이들을 500명의 선출직 의원들로 구성된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이 담겼다.
선출직 하원의원이 아닌 비선출직 유력인사 중에서 총리를 뽑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가결됐다. 선출직 의원이 아닌 군인 출신의 쁘라윳 총리도 총리 후보가 될 길을 연 것이다.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 일정은 개헌 후속 입법과 푸미폰 전 국왕 서거 및 장례식 등을 이유로 계속 연기됐다.
이런 가운데 쁘라윳 총리는 최근 지방을 순회하며 각료회의를 열고 지역 유지 등을 만나면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군부를 지지하는 일부 정당은 탁신 계열의 푸어타이당 등 출신의 전직 의원을 영입하면서 정치권의 반발을 샀다.
그를 지지하는 일부 정치 원로들은 대놓고 그를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반면, 기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총선 일정을 계속 미루는 쁘라윳 총리를 피노키오에 비유해 비판하면서 조속한 총선과 민정 이양을 촉구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유력 일간지 자카르타 포스트는 군부가 통치하는 태국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직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사설을 지난달 31일 게재하기도 했다. 아세안 의장직은 10개 회원국이 순번을 정해 1년씩 담당하며 내년에는 태국이 맡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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