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도 '아메리카 퍼스트'…美, 신흥국 흔들어 투자 흡수

입력 2018-08-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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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도 '아메리카 퍼스트'…美, 신흥국 흔들어 투자 흡수
관세·제재에 불안 확산하자 투자자 너도나도 미국행
"터키혼란은 금융 무기화 사례"…자칫 세계공황 부를라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의 외교정책이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미국 우선주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가 각국에 가하는 무역조치와 경제제재가 투자자들을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유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러시아, 터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타격이 신흥국 시장이 달러 강세, 경제둔화에 시달리는 시점에 강행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험난한 시기에 더 안정적인 시장을 찾는 투자자들 때문에 현재 호황을 누리는 미국의 주식이 해외 다른 주식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각 산업을 대표하는 보통주를 모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이번 분기에 3% 상승해 역대 최고점 근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 '포트폴리오 할당 추세: 승자독식?'에서 펀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과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재작년 미국 대선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펀드매니저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주식시장의 위상을 5년 만에 탈환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 거듭된 경제제재에 시달리는 러시아, 관세 폭탄에 이어 추가조치까지 위협받는 터키는 자국 통화의 가치하락과 외국인들의 투자 자금 회수로 신음하고 있다.
또 터키 외환시장의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의 제재나 관세와 관계가 없는 신흥국의 경제까지 흔들리고 있다.
프루덴셜파이낸셜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에드 키언은 "미국 자산시장은 매우 조용하다"며 "대다수 액션은 미국 밖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터키에 가한 경제적 타격이 국제금융을 무기화하는 조치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터키에 장기구금된 미국인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며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를 각각 50%, 25%로 2배 늘렸다.
지난 10일 단행된 이 조치로 터키는 자국 통화인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외채 상환능력이 위축되는 부도위기 우려까지 직면했다.
많은 무역적자와 외화 부채, 높은 인플레이션, 저금리에 집착하는 경제정책, 국제사회의 비호감 탓에 이미 취약한 터키 경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와 함께 혼란에 돌입했다.
WSJ는 이런 전격적 타격을 두고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하고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복잡한 조직망을 약화하는 방식으로 국제금융을 무기화하는 최신 사례"라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의 무기화는 무역전쟁보다 훨씬 심각한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WSJ는 "무역전쟁이 성장에는 좋지 않지만 불황을 부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그에 반해 국제금융 혼란에 따른 사례는 대공황에서 10년 전 리먼 브러더스 사태까지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구호를 내세워 정치·경제·외교정책을 자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펼치겠다는 지론을 밝혀왔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지구촌 무역전쟁뿐만 아니라 금융분쟁에서도 미국은 우위를 지닐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WSJ는 "미국은 자국 시장의 규모 때문에 어떤 통상분쟁에서도 유리하듯 달러에 기반한 금융과 채권시장 때문에 어떤 금융분쟁에서도 우위"라며 "중국을 비롯해 미국 채권을 내다 파는 국가는 미국을 아프게 하는 만큼 자신도 다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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