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관 한 돌…해고노동자·비정규직·사회운동가 쉼터
수면공간·샤워실·세탁실·공용식당 갖추고 공연·전시 기능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우리에게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달콤한 잠이죠. 그런 꿈을 함께 꾸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이름을 '꿀잠'으로 지었습니다."
16일 연합뉴스와 만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의 김소연(48·여) 운영위원장은 '꿀잠'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을 이렇게 풀이했다.
고용불안과 각종 차별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잠시나마 단잠을 잘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주자는 게 '꿀잠'의 건립 취지였다.
지난해 4월 24일 첫 삽을 뜬 '꿀잠'은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흘린 구슬땀으로 지난해 8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주택가에 문을 열었다.
이후 1년 동안 '꿀잠'은 해고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운동가의 쉼터이자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꿀잠'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꿀잠을 찾은 연인원은 3천935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1명이 '꿀잠'을 이용한 셈이다. 이 가운데 노동자가 37%로 가장 많았지만, 꼭 노동자들만 꿀잠을 찾은 것은 아니다.
김 운영위원장은 "'꿀잠'이 차츰 알려지며 학생들이나 여성운동 활동가 등 다양한 이들이 '꿀잠'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오토바이 라이더 모임이 반(反)성폭력 교육을 위해 '꿀잠'을 이용하기도 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하1층·지상 4층 규모에 옥탑으로 이뤄진 '꿀잠'은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농성자들을 위한 숙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꿀잠'은 숙소로 이용되는 쉼터를 비롯해 옥상정원, 샤워실, 세탁실, 공용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또 전시공간과 문화교육공간에서는 노동법 교육과 심리 상담, 공연과 전시도 이뤄진다.
'꿀잠'은 나눔과 연대 활동에도 열심이다. '꿀잠'은 지난 1년간 해고노동자, 사회운동가 등에게 총 864㎏의 쌀을 제공하고 김장김치 나눔 등의 활동을 해왔다고 김 운영위원장은 설명했다. 최근에는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에서 270일이 넘도록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들에게 식사 지원 활동도 하고 있다.
김 운영위원장은 '꿀잠'이 어떤 쉼터가 되어야 하는지가 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겪는 이들이 자유롭게 쉬러 오고, 고민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의 꿈을 꾸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가 강요한 구조의 문제인데 마치 자신의 잘못으로 비정규직이 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불평등한 사회를 바꿔보려는 분들은 누구든 '꿀잠'을 찾아주세요. '꿀잠'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