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일하고 있지만 조국은 대한민국…일본전 의미 크다"
(브카시<인도네시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우승후보 영순위인 한국과 만나고 싶어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요."
2018 자카르타·베트남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의 3회(2010년·2014년·2018년) 연속 16강 진출을 이끈 박항서(59) 감독은 "일단 목표를 달성했다"라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눈은 역대 최고 성적을 향한 희망에 부풀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D조 2차전에서 네팔에 2-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베트남은 일본과 나란히 2승(골득실+5)을 기록하며 D조 공동 1위에 올랐다. 베트남은 오는 19일 일본전을 통해 D조 최종순위를 결정한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 나선 박항서 감독은 "이번 대회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 조 1, 2위를 따지는 일본과 최종전이 남았다. 이제부터 일본을 철저하게 분석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1일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박 감독은 목표를 묻는 말에 "조별리그 통과"라고 겸손함을 유지했다. 베트남은 23세 이하로 나이제한이 시작된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이 2010년 광저우 대회 16강과 2014년 인천 대회 16강이었다.
이 때문에 박 감독은 1차 목표로 이번 대회 역시 조별리그 통과를 내놨다. 하지만 절대 박 감독의 성에 차는 성적은 아니다.
베트남은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다.
박 감독 부임 이후 3개월 만에 역대 AFC 주관 대회 최고 성적을 거둔 터라 베트남 축구팬들은 '박항서 매직'을 앞세워 대표팀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별리그 두 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한 베트남은 이제 8강 진출의 최고 난제가 될 16강전 상대 결정을 앞두고 있다. 바로 오는 19일 일본과 조별리그 D조 최종전이다.
'우승후보' 한국이 E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베트남이 조 2위를 하면 16강전에서 한국-베트남전이 펼쳐진다. 박 감독은 조국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
하지만 최종전에서 일본을 꺾으면 한국과는 결승전에서나 만나게 된다. 박 감독으로선 한국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박 감독은 "어느 팀이 한국과 만나고 싶어 하겠나.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가 우승후보 영순위인 한국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어쨌든 일본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러야 한다"라며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지만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지난 15일이 어떤 날이었는지 잘 알고 있다. 광복절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일본전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을 꺾으면서 한국인 사령탑으로서 한일전 승리의 의미도 크고, 16강에서 한국을 피할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는 게 박 감독의 생각이다.
박 감독은 "혹시나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서 한국전 비디오 자료도 확보했다"라며 "상황이 한국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면 베트남 감독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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