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열병식 비용, 한미훈련 취소 이후 정치적 격론 이슈"
당초 백악관 추산치의 세배 넘어…美국방부, 비판론 의식해 내년으로 연기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당초 1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 예정이었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열병식) 비용이 당초 백악관 추산보다 3배 이상 많은 9천200만 달러(약 1천38억여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미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 관리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항공기를 비롯해 각종 무기와 병력 동원에 약 5천만 달러가, 보안을 비롯해 부대 경비로 나머지 4천200만 달러가 각각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올해 초 백악관 예산국장은 의회에 군사 퍼레이드에 1천만 달러에서 3천만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어 이에 비해 훨씬 많은 비용이 드는 셈이다.
이는 지난달 미 CNN방송이 미 국방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열병식에 약 1천2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AP통신은 다만 이 같은 비용이 들어가는 열병식 계획이 아직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에 의해 승인된 상태는 아니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취소된 이후 열병식 비용은 "특히 정치적으로 격론을 불러일으킨 이슈가 됐다"면서 열병식 비용과 한미훈련 취소를 대비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북한과 협상 중에 훈련하는 것은 나쁜 것이고 북한에 대해 매우 도발적이라면서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면서 훈련 중단 방침을 내렸고, 이에 한미 협의를 거쳐 당초 8월로 예정됐던 한미연합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중단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UFG 중단으로 미국이 1천400만 달러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미 국방부가 추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인 제이미 데이비스 중령은 "계속 열병식 계획을 짜고 있다. 최종 세부사항은 여전히 더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어떤 비용 추계도 확정되기 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P통신의 보도로 논란이 커지자 미국 국방부는 11월로 예정됐던 열병식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국방부와 백악관은 미군 참전 용사들을 예우하고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8년 11월 10일 퍼레이드를 계획했지만 내년에 기회를 찾아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는 고(高)비용 열병식 개최를 추진하는데 따른 비판여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 문제를 들어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지시했지만, 정작 본인이 추진을 지시한 이 열병식에는 한미연합훈련 비용에 맞먹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언론의 지적도 있었다.지난해 7월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대혁명을 기념하는 파리 열병식을 참관한 뒤 "내가 본 최고의 열병식 중 하나였다"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이후 군에 "프랑스와 같은 열병식을 원한다"며 실제 추진을 지시한 사실이 지난 2월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나폴레옹 열병식'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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