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반반 부담키로…"가난한 사람이 부자 지원해주는 꼴" 반발
(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경북 구미시가 베트남 진출 기업의 현지인 근로자 한국방문의 비용 절반을 부담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구미시에 따르면 이묵 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은 지난 9∼14일 베트남을 방문해 구미에 본사를 둔 한국기업 16개사 가운데 영진하이텍, 주광정밀, 인탑스, 삼성전자(경기도 수원) 등을 찾았다.
시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기업으로부터 "연구개발(R&D) 예산과 우수 직원 한국방문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현지 베트남인 근로자가 한국을 방문하면 해당 기업과 경비를 절반씩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 신남방정책의 중요 국가로 급부상한 베트남과의 교류협력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다.
신현숙 구미시 투자통상과 국제협력계장은 "기업은 항공료를, 시는 국내 숙박비와 식사비를 부담해 경비를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미시민은 해외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모(39·간호사) 씨는 "구미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지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베트남에 있는 한국기업의 베트남인 근로자에게 왜 세금으로 여행을 시켜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지역경제가 어려운데 이런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베트남인 근로자에게 한국방문 경비를 지원해줘도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마을세계화재단 등이 외국인 근로자를 한국에 초대하는 것은 어려운 국가의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베트남 진출 기업의 근로자에 대한 지원은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지원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구미시는 현지 기업들과의 협의한 것으로 앞으로 예산 편성 등 절차가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구미에 본사를 둔 기업이 베트남에서 이익을 내면 구미 세수가 늘어나고, 베트남 근로자가 한국을 둘러보면 친한인이 되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묵 부시장은 "지원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par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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