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보도블록은 죄가 없다·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입력 2018-08-17 11:34  

[신간] 보도블록은 죄가 없다·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교황에게 쌀을 먹인 남자·무심한 바다가 좋아서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보도블록은 죄가 없다 = 보도블록연구원 박대근 씨가 기록한 최초의 보도블록 에세이.
보도블록은 우리가 길에서 매일 마주하지만, 그 속내는 제대로 모르는 대상이다. 해마다 보도블록 공사로 아까운 세금만 낭비한다고 비난하는 것이 우리가 아는 보도블록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보도블록 전문가인 저자는 '예산 낭비'와 '부실시공'의 대명사로 꼽히는 보도블록의 진가를 알려 보도블록에 달린 억울한 꼬리표를 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보도블록업계와 관료들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력이 아닌 영업력으로 판매를 늘리기 위한 과도한 경쟁, 이로 인한 부정과 청탁의 부작용이다. 그 결과 깨지고 내려앉은 보도블록이 일상의 풍경이 된 것.
저자는 보도블록을 재료의 품질과 시공의 완성도로 평가하고 책임지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눈앞에 성과를 쫓지 말고 기본에 충실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도블록이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시민들의 좀 더 깊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며, 자동차가 보도 위에 당당히 올라가는 등 원칙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지 말자고 촉구한다.
"바닥부터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꿈꾸며 한 장 한 장 보도블록을 놓는다면 30년 후에도 한결같은 길을 우리도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픽셀하우스. 266쪽. 1만6천원.



▲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일본의 대표 지식인 중 하나로 꼽히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서.
개인들이 자신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 즉 자서전을 쓰는 방법을 조언하는 책이다.
저자는 개인이 쓰는 자서전의 가치를 중시하며 "개인의 역사 자체가 곧 세계의 역사"라고 강조한다. 숱한 영웅과 유명 인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계의 역사를 움직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질곡 많은 '자기 역사'가 없었다면 격동의 세계 역사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세계 기억 네트워크"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소개한다.
"한 인간의 죽음과 함께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던 기억을 잃게 된다. 그 사람의 기억을 잃음과 동시에 그 사람의 기억과 이어져 있던 기억 네트워크의 해당 부분이 빠져 나가고 만다. 세계는 만물의 집합체로서 존재하며, 동시에 동시대를 구성하는 많은 인간들이 공유하는 장대한 기억의 네트워크로서 존재하고 있다."
저자는 "누구나 자기 역사를 쓸 수 있다"며 자서전 쓰기를 독려한다. '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로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연 단위 시간 축에 맞춰 그 해 일어난 일을 순차적으로 기록해 가는 것이다. 이런 '자기 역사' 쓰기는 주로 나이 60에 관심을 두게 되지만, 어느 세대에나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언숙 옮김. 바다출판사. 309쪽. 1만7천800원.



▲ 교황에게 쌀을 먹인 남자 = 쇠락하는 시골 마을을 구해낸 계약직 공무원의 고군분투기.
일본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유명해진 인물 다카노 조센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는 TV 프로그램 '11PM', '프레스티지' 등의 기획·구성 작가로 일하다 1984년 집안 사정으로 고향 이시카와 현 하쿠이 시로 돌아와 시청 임시 직원이 된다.
나이 제한에 걸려 임시직밖에 될 수 없던 다카노는 상사에게 정규직이 되는 방법을 물었고, 상사는 "꼭 필요한, 대단한 존재가 되지 않는다면 무리"라고 답한다. 그때 다카노는 결심한다. "한번 불살라보자."
이때부터 그는 변변한 문화적 유산이 없는 하쿠이를 알리기 위해 미국 나사(NASA)나 러시아 우주국에서 실제 우주 캡슐과 로켓 등을 사들여 우주과학박물관 '코스모 아일 하쿠이'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1990년 하쿠이 시청 정식 직원이 된다. 그는 2005년 농림수산과에 근무할 당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미코하라 지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미코하라 쌀을 브랜드화하고 교황에게 보내기도 한다.
또 농촌으로 이주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을 유치하는 데 힘쓰고, 농민들이 경영하는 직판장 '미코 마을'을 설립해 농가 수입을 늘린다. 이런 노력으로 4년 만에 이곳은 '한계취락'(고령화 마을)에서 벗어난다. 사람들은 그를 '슈퍼 공무원'이라 부른다.
김영란 옮김. 글항아리. 280쪽. 1만4천원.



▲ 무심한 바다가 좋아서 =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임수민의 사진 에세이.
저자가 5개월 동안 작은 요트로 태평양을 건너며 선상 생활과 순간순간 떠오른 생각을 글, 그림, 사진으로 기록한 책이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찍던 사진작가가 태평양을 찍기로 마음먹은 과정부터 무작정 파나마에서 출발해 10여 개 섬을 거쳐 부산항에 이르기까지 여정이 다양한 에피소드, 단상과 함께 일기 형식으로 담겼다.
왜 자신이 태평양에 갔는지를 질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 그 단서를 찾고, 같이 항해하는 인물들에게서 기쁨과 절망을 얻으며, 대자연 앞에서 환희를 느끼고, 또 가족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들 곁을 떠나야 하는 방랑자 운명을 두려워한다. 그는 이 여행이 요트로 태평양을 건너는 일보다 더 험하고 고독한 내면의 항로를 스스로 개척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미메시스. 424쪽. 1만4천800원.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