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1세기 한반도 평화와 탈북문학의 문제' 국제학술대회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탈북문학은 지금 한국문학의 일부이자 동시에 망명 북한문학이라 할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난민문학, 그리고 저항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7일 서울대 인문대에서 '21세기 한반도 평화와 탈북자·탈북 문학의 문제'란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방 교수는 "탈북문학이 지금 주의 깊게 읽혀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 평속함에 떨어진 한국문학보다 슬픔과 고통을 더 환히 밝혀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단순한 비판이나 고발을 넘어 이 현대의 야만과 역설과 아이러니를 깨닫게 할 때 우리는 삶의 근본을 향한 질문에 닻을 내린 문학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용소 문학에 관하여'라는 주제 발표에서 탈북 작가 김유경의 '인간 모독소'라는 소설과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를 비교하며 '인간 모독소'에 관해 "정치범 수용소라는 '전대미문'의 북한의 야만적 국가 장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 비판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체제를 거치고 지난 두 정부의 교활과 야만을 두루 겪은 한국의 비판적 문학 경향이 이 탈북문학에 그토록 냉담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못해 이른바 저항적 지성의 편식과 마비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다다라 있는가를 증명한다"라고 국내 문학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후이잉(劉惠瑩) 중국 산둥대 교수는 '탈북문학에 나타난 중국인 표상'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한국 작가들은 흔히 탈북자의 관찰자로서 한국인 작가나 기자, 영화감독, 상담사 등을 등장시킨다. 그들이 탈북자를 관찰하고 분석하며 평판하고 치료하는 주체적인 위치에 있는 반면 탈북자는 소비되고 있는 피동적인 객체이다. 어쩌면 탈북 소재 자체가 탈북자에 대한 폭력인지도 모른다"며 탈북자를 소재로 한 한국 소설을 비판했다.
김지형 하와이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전후 북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일상적 노동의 리듬'이라는 주제로 전후 북한 문학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전후 북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대중의 삶을 표상하고 규정하는 이중 역할을 하는 동시에 유연한 예술 체제였다"며 "예술작품보다 예술가가 우선이었고 예술가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면 그에게는 보다 넓은 예술적 주제, 성향, 내용이 허가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유항림의 '직맹 반장'(1954) 같은 소설을 예로 들어 "일상적인 노동은 단적으로, 저항과 억압의 공간이 아니고, 국가와 공동체 및 주체와 사상이 끊임없이 맞물리는 논쟁적인 영역으로 볼 수 있다"며 여기에 사회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학술대회 뒤에는 서울대 한국어문학연구소와 통일평화연구원이 발간한 남북작가 공동 소설집 '꼬리 없는 소'와 탈북작가 시선집 '엄마 발 내 발', '국경을 넘는 그림자' 일본어 번역본 출간기념회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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