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살지휘' 美 전직 장성 "내 기밀취급권도 박탈하라"

입력 2018-08-17 16:29   수정 2018-08-17 19:36

'빈 라덴 사살지휘' 美 전직 장성 "내 기밀취급권도 박탈하라"
트럼프 '뒤끝 보복'에 반발 확산…전직 정보수장들 "표현의 자유 억압" 성명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수사 관여한 인물들 기밀권 추가 박탈 준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쏟아낸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기밀취급권을 박탈한 이후 미국 내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을 지휘했던 예비역 장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 기밀취급권도 박탈하라"며 공개적 비판에 나선데 이어 다른 전직 정보수장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합동특수전사령관을 지낸 윌리엄 맥레이븐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브레넌 전 CIA 국장을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공직자"로 옹호하며 연대의 표시로 자신의 기밀 취급권도 기꺼이 내놓겠다고 밝혔다.
맥레이븐 전 사령관은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존 브레넌보다 더 많은 일을 한 미국인은 별로 없다"며 "브레넌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진실성을 갖춘 사람이고, 그의 정직성과 기질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만약 당신이 내 기밀취급권도 박탈한다면 내 이름을 당신의 대통령직에 반대한 사람들 목록에 올릴 것"이라며 "이를 영광으로 여기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당신의 행동은 아이들 앞에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세계 무대에서 우리에게 굴욕감을 줬다"며 "최악은 나라를 분열시켰다는 점"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네이비실 특수부대 출신인 맥레이븐 전 사령관은 특수전 임무를 수행하며 '테러범 사냥꾼'이란 명성을 얻었다. 2011년 5월에는 빈 라덴을 제거하는 '냅튠 스피어' 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 미 국민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CNN은 맥 레이븐 전 사령관이 수만 명의 전·현직 특수전 요원들로부터 폭넓은 존경을 받은 인물이라고 전하며, 그의 메시지가 특수요원들 사이에 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P는 브레넌 전 국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처가 평론가들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했던 아치볼드 콕스 특검을 해임하려 했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직 CIA 국장과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낸 11명도 이날 밤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전직 정보수장들의 기밀취급권에 개입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통상적으로 미국은 재임 중 기밀취급권 인가를 받은 고위 당국자들에게 퇴임 후에도 기밀을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임 시절 자신이 다뤘던 사안에 대해 현직자들에게 조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국자들이 퇴직 후 안보·정치컨설팅 등 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취지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자신을 비판해온 사람들을 공격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진단했다.
국가안보법 전문 변호사인 마크 자이드는 "이번 결정은 기밀취급권을 다루는 직군 개개인에게 사기 저하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반대하면 자신의 기밀취급권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줘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을 자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브레넌 전 국장의 비판이 과도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 중에도 일부는 이번 결정이 '위험한 전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수사에 관여한 다른 관료들의 기밀취급권도 추가로 박탈하는 것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WP는 두 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자신을 비판하거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에 대한 공격의 하나로 그들의 기밀취급권을 추가로 빼앗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이미 꽤 많은 관료를 물갈이했다.
취임 후 지난 19개월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해임하거나 조치를 하겠다고 위협한 전·현직 관료들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비롯해 샐리 예이츠 전 미 법무부 장관 대행, 앤드루 매케이브 전 FBI 부국장 등 10여명에 이른다고 WP는 전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