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된 채권시장…中·러·터키, 美 국채 '팔자'

입력 2018-08-19 09:02  

전쟁터 된 채권시장…中·러·터키, 美 국채 '팔자'
최대보유국 중국 보유량 4개월 만에 최저…"가장 위험한 무기"
'경제위기' 터키는 "미 국채 줄일수록 오히려 위험"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을 받는 중국과 러시아, 터키가 앞다퉈 미국 국채 매각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안전성과 활발한 거래 덕에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사모으는 미 국채의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사용할 최대의 무기로 미국 국채가 부각되고 있다.



19일 외신들이 인용한 미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외국 투자자들의 미 국채 보유액은 전월보다 486억달러(약 54조7천억원) 감소했다.
이런 감소 폭은 2016년 말 이래로 최대 규모다. 앞서 5월에 267억달러 증가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과 일본이 보유액을 줄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인들은 6월 보유액이 1조1천790억달러(약 1천326조원)로 전월대비 40억달러 줄어 지난 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일본은 180억달러를 팔아치워 보유액을 2011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1조300억달러로 줄였다.
릭 뉴먼 야후파이낸스 칼럼니스트는 17일 '이것이 중국의 가장 위험한 무역전쟁 무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중국의 미 국채 보유비중은 6%에 불과하나 중국의 급매도는 금융시장을 분명히 뒤흔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1조2천억달러의 미 국채 외에 패니메이 같은 미 국책 기관 채권도 2천억달러 어치를 갖고 있고 해외 기관을 통해 간접 보유한 미 국채 규모도 1천억달러에 달한다.
분석가들은 급매도가 금리를 30bp나 올릴 수 있다면서 이는 트럼프 정부가 감세 재원마련을 위해 빚을 늘려 시장에 미 국채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이 되고 결국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채권 금리가 일제히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5월까지 2개월 만에 미 국채 보유액을 960억달러에서 150억달러로 급격히 줄였다. 대신 러시아는 금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 겸 부총리는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국제 결제에서 위험한 도구가 되고 있다"고 말해 미 국채 비중 감소가 전략적 선택임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는 영국 내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사용 사건을 이유로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악화됐다.
현재 미국과 최악의 불화를 겪는 터키도 미 국채를 8개월째 팔아치워 보유액을 절반 이상 줄였다.
터키가 6월 말 보유한 미 국채는 288억달러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주요 보유국 기준인 300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전략적 선택으로 보이는 러시아의 미 국채 매도와 달리, 터키의 매도는 오히려 터키 경제에 독이 돼 세계 금융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블룸버그는 총 15조달러의 미 국채 시장에서 터키 비중은 미미하지만, 한창 통화 위기를 겪는 터키의 보유액 감소는 리라화 방어력과 달러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을 제한하기만 할 뿐이라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BMO 캐피털마케츠 전략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채 보유)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이는 향후 몇 달간 터키의 외환 상환능력을 둘러싼 투자자 우려를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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