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내전 딛고 미래를 꿈꾸는 소년병 출신 어린이들

입력 2018-08-17 20:18  

남수단 내전 딛고 미래를 꿈꾸는 소년병 출신 어린이들
바바, 11세때 생존 위해 민병대에 가입…살육과 약탈 저질러
남수단서 5년간 소년병 1만9천명…바바 "농부가 돼 가족 돕고 싶어요"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남수단에서는 지난 5년 간 이어진 내전을 끝내고 최근 분쟁 당사자 간 평화협정을 맺고 권력분점에 합의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남수단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바바 존(15)은 지난 4년간 현지 민병대에서 전사로 활동하다 최근 탈출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이제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그는 "사람을 쏘아 죽였습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했지요"라며 "총을 건네받고 조준하는 법, 사격하는 법을 훈련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무튼 많이 죽였어요"라고 전했다고 AF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바가 살육을 시작한 계기는 '코브라 분파'로 알려진 남수단 현지 무장단체가 수도 주바 북쪽으로 400Km 떨어진 피보르(Pibor) 마을을 공격하면서다.
당시 11세였던 바바는 화를 면할 수 있었지만, 다음번에도 무사하리란 보장이 없어 다른 아이들처럼 현지 민병대에 합류했다.
그는 민병대원들과 함께 생활하던 시기를 떠올리며 "(민병대가) 강제로 사격 연습을 시키고 약탈하는 방법을 가르쳐 줬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바바는 현재 유엔아동기금(UNICEF)의 도움으로 자립 프로그램에 등록해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년여간 이어진 남수단 내전에서 18세 이하 어린이 1만9천여 명이 군대나 반군단체, 혹은 현지 민병대에 징집됐으며 이 가운데 3천여 명이 2015년 이후 풀려난 것으로 UNICEF는 추정하고 있다.
바바는 그가 사살한 어느 주민이 입고 있던 헐렁하고 남루한 옷을 입고 어머니와 다섯 형제가 사는 집으로 돌아왔다.
피보르는 황량한 들판에 자리한 마을로, 먼지가 이는 비포장 활주로가 나 있고 주민들의 주린 배를 채울 식량이 보관된 비행기 격납고 크기의 텐트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건물로 기록된다.
분쟁이 이어지고 하루하루의 삶이 고단하지만 바바는 희망을 품고 있다.
비쩍 마른 그는 맨발로 서서 줄무늬 셔츠를 입고 구슬이 달린 팔찌를 차고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유엔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아직 서투르지만 농작물의 씨를 뿌리고 재배해 수확하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농부가 되어 가족을 도울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독일의 비정부기구인 '국경없는수의사들'(VSF)에서 일하는 무라구리 와치라씨는 "이 지역에서 유엔이 운영하는 신기술 교육 프로그램으로 소년병 출신 어린이들의 정신적 재활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거의 1천500명의 어린이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바바는 아직 악몽을 꾸곤 하지만 다른 어린이들처럼 전쟁이 없는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마사는 6년 전 10세의 나이에 어머니와 함께 코브라에 합류했다.
마사는 당시 모든 마을 사람이 숲 속으로 피신했다며 굶주림과 안전 문제로 마을 사람들 모두 무장단체에 들어가 보호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4년간 무장단체 대원들을 위해 짐을 나르고 음식을 조리했다.
마사는 이후 어머니와 함께 고향에 돌아왔지만, 예전에 살던 집은 흔적도 없었다.
"집이 사라졌어요. 불에 타 없어져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자동차를 모는 운전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마사는 민병대에는 절대 돌아가지 않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랜 내전을 겪는 남수단의 어린이들에게는 민병대에 들어가는 것이 실질적인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
바바는 "여기는 아직 안전하지 않으며 먹을 것도 충분치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사도 "많은 사람이 숲으로 되돌아갔어요"라며 "배가 고프고 희망도 보이지 않았거든요"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토머스(18)는 수년 간 무장단체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한 경험이 있다.
그는 "저는 모든 걸 보았어요. 전투, 살해, 약탈"이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토머스는 정부관리가 되어 어린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토머스도 "민병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남수단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다시 공격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 선택은 몇 개 안 된다. 도망치거나 숨거나 혹은 맞서 싸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airtech-ken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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