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예술단, 사할린서 26년만에 만나…합동공연은 무산

입력 2018-08-18 19:06  

남북예술단, 사할린서 26년만에 만나…합동공연은 무산
남측은 서도소리에 진도북춤, 북측은 체제 선전용 노래



(유즈노사할린스크<러시아>=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사할린주(州)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 소재 '러시아는 나의 역사' 박물관 앞 광장. 사할린주한인회가 주최한 광복절 행사에 함께 초청된 국립국악원과 북측 '통일음악단' 공연을 보기 위해 1만여명에 달하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한반도기와 러시아 국기가 무대 앞에 설치된 이날 행사는 사할린주한인회가 사할린 일제 강제징용 80주년을 맞이해 특별히 남북 합동공연으로 기획한 것이라 동포들의 기대가 더 컸다.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으로 판문점선언이 도출된 이후 처음으로 남북 예술단 만남이 이뤄졌다는 의미도 부여됐다. 사할린에서 합동공연이 열리기는 1992년 '통일예술축제' 이후 26년 만이다.
공연 전 만난 사할린 한인 2세 이미자 씨(73)씨는 "남한에 영주귀국을 한 상태지만 매년 광복절 행사 즈음에 사할린을 방문하고 있다"며 "남북 예술단이 한자리에 모인다니 정말 반갑고 기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연 시작은 순조로웠다. 국립국악원과 사할린 한인 3~4세들로 이뤄진 현지 에트노스예술학교의 흥겨운 길놀이로 시작된 공연은 금세 흥과 신명으로 가득 찼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북한지역 전통 민요 '서도소리', 양손의 채로 북을 내려치는 화려한 '진도북춤'에 관중들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였다. 긴 상모를 자유자재로 돌리며 흥겨운 가락을 선보인 판굿에서는 몇 번이나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국립국악원 무대가 끝난 뒤 북측 통일예술단 무대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로 남북 공연단은 한 무대에 올랐다.
다만 북측 예술단은 체제 선전성이 강한 노래를 다수 선보이며 공연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이들은 공연 초반부터 '조국 찬가'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사랑의 빛발' 등을 불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는 사전에 남북이 민간 남북문화기획자 등을 통해 주고받은 프로그램에는 없던 곡들이라 한다.
남북 예술단은 전날 진행한 리허설에서 무대 말미에 '아리랑' 합창을 부르기로 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주최 측은 행사 종료 뒤 사전에 남측에 말한 프로그램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연이 흐른 데 대해 국립국악원에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무대를 마친 뒤 북측 최철호 통일음악단 단장은 "동포들의 축제를 축하하기 위한 목적의 공연이기 때문에 남측과 (이번에 공연할) 곡들을 (사전에 남측과) 협의할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동포 대부분은 끝까지 공연을 관람했다.
한 청중은 "러시아어가 더 익숙한 3세, 4세 한인이 더 많아 공연 곡목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흥겨운 분위기 자체가 좋았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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