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위기 불똥 튀랴'…'인권문제' 날 세우던 독일 태도 변화

입력 2018-08-18 19:41  

'터키 위기 불똥 튀랴'…'인권문제' 날 세우던 독일 태도 변화
9월 에르도안 대통령 베를린 방문, 양국 재무장관 회담도 예정
양측 이해관계 맞아떨어져…터키 경제붕괴 시 독일 등 유럽도 타격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터키의 경제위기 속에서 2년간 갈등을 빚어오던 독일과 터키 간의 관계가 훈풍을 타고 있다.
독일은 터키의 인권탄압 등 민주주의 후퇴를 이유로 등을 돌려왔으나 터키 경제가 곤두박질치자 손을 내밀고, 터키도 독일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내달 28∼29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극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고려할 때 파격적인 일이다.
또한, 메르켈 총리는 지난 15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 강화를 모색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터키 대통령실이 밝혔다. 앞서 13일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와 관련 "독일은 터키 경제의 번영을 원한다"며 "그것이 우리 이익이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도 16일 터키의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터키 경제가 독일과 유럽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장관은 내달 21일 베를린에서 회담할 예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에 대해 독일 야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터키계인 쳄 외츠데미어 전 녹색당 대표는 "민주주의자라면 터키 내 투옥된 인사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자유민주당도 현시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사회민주당 소속인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선출돼 터키를 대표하기 때문에 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크람프 카렌바우어 사무총장도 의견이 다르고 갈등이 있더라도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지원사격했다.
양국 관계는 2016년 7월 터키 군부의 실패한 쿠데타 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반대파 인사들을 대량 해고하고 투옥하는 조처를 한 뒤 악화 일로를 걸었다.
더구나, 터키 측이 특파원 등 독일인을 잇달아 테러 지원혐의로 구금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이에 독일 정치권은 터키의 민주주의 및 법치 후퇴를 비판했으며,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파시즘', '나치즘' 같은 극언을 동원해 메르켈 총리 등 독일 정부를 공격했다.
터키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경색된 양측 관계가 조금씩 풀리는 것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터키는 이번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미국과의 갈등인 상황에서, 유럽과의 유대관계를 과시해 미국의 압박에 버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하는 입장이다.
독일은 터키 경제가 무너질 경우 터키와 연관이 있는 독일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데다, 유럽 경제를 불안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터키의 안정을 바랄 수밖에 없다.
BBVA와 우니크레디트, BNP파리바 등 유럽의 주요 은행은 터키에 상당한 채권을 갖고 있다.
더구나 터키가 중동 난민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루트에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점에서도 터키의 위기는 독일 등 유럽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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