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서 여당 소속 지지자들 상대 연설…"터키 파괴할 순 없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과의 최악 외교 갈등으로 심각한 금융위기에 빠진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경제 쿠데타 시도'에 강하게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AP,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여당인 정의개발(AK)당 대회에 참석해 수천 명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하며 "특정 세력이 경제와 제재, 외환, 이자율, 인플레이션 등으로 터키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당신들의 게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도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현재 터키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가 터키를 압박하기 위한 미국의 '경제 게임'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맞대응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에르도안은 "터키는 우리를 전략적 파트너라고 지칭하면서 동시에 우리를 압박의 전략적 목표로 삼는 세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간접 비난했다.
에르도안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터키의 적들은 우리에게 경제적 압박의 지렛대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는 노선을 바꿀 계획이 없다. 터키를 파괴할 수는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면서 미국과의 '일전'을 다짐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터키와 미국은 터키의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 장기 구금으로 심각한 불화를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압박하며 터키 장관 2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고, 지난 10일에는 트위터에 "터키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며 터키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터키도 미국산 자동차(120%), 주류(140%), 잎담배(60%)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며 맞섰다.
브런슨 목사 구금 문제로 촉발된 미국과 터키 간 최악 외교갈등은 터키 통화 리라화 가치 폭락과 유럽 및 아시아 등의 신흥시장 통화가치·주가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며 국제 금융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의 와중에 터키 법원은 17일 브런슨 목사 석방을 거듭 거부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앉아서 보지만 않겠다"며 추가 조치를 경고했다.
이에 따라 카타르가 터키에 15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터키 금융감독기관이 은행들의 스와프 거래 한도를 추가 제한하면서 반등세를 보였던 리라화는 다시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이날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떨어뜨렸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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