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축산업 보호" vs "바이러스 막는 실질효과 없어"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덴마크 정부가 자국의 축산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야생 멧돼지를 통한 '아프리카 돼지 열병' 전염을 막기 위해 독일과의 국경을 따라서 펜스를 설치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덴마크 환경청은 지난 15일 독일에 있는 야생 멧돼지가 덴마크로 넘어와 아프리카 돼지 열병을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독일과의 국경 지역에 68km에 걸쳐 높이 1.5m, 깊이 0.5m의 펜스를 설치하는 계획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총 1천100만 유로(143억 원 상당)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펜스 설치 작업은 내년 초에 시작돼 내년 연말까지는 마칠 예정이다.
앞서 덴마크 의회는 지난 6월 이 사업을 승인했다.
덴마크는 야생 멧돼지를 통해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자국에까지 퍼질 경우 자국의 축산업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덴마크는 5천 개의 돼지 농장에서 연간 2천800만 마리의 돼지를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액은 덴마크 농산물 수출의 절반, 전체 수출의 5%를 차지하고 있다고 덴마크 농업부는 밝혔다.
돼지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에서 발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펜스 설치가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바이러스 차단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부작용만 크다며 비판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먼저 덴마크-독일 국경을 따라서 펜스를 설치하더라도 도로와 철도에는 펜스가 설치되지 않아 야생 멧돼지들이 이를 통해서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고, 멧돼지들은 헤엄을 쳐 물을 건널 수도 있기 때문에 육로에만 펜스를 설치해선 실질적인 차단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또 아직 독일에선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생기지도 않았다며 벌써 펜스를 설치해 막는다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주된 통로가 야생 멧돼지가 아니라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 걸린 돼지나 돼지고기를 옮기는 트럭이라며 번지수를 잘못 찾은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펜스를 설치할 경우 다른 동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아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펜스 설치가 난민들을 배척하고 국경을 통제하려는 덴마크 우파 정권의 폐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아울러 나오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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