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파견나간 판사가 법원행정처에 평의내용 등 유출한 정황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 파견 보낸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정보를 빼낸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20일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규진(56)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서울중앙지법 최모(46) 부장판사의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에 있는 이 전 상임위원의 사무실과 주거지, 최 부장판사의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업무일지 등을 확보하고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인 이 전 상임위원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이후 판사 뒷조사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재판에서 배제된 상태다.
검찰은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헌재에 파견나가 근무한 최 부장판사가 재판소원 등 법원과 관련된 사건을 놓고 이뤄진 헌법재판관들 평의 내용 등 내부정보를 대법원에 유출한 단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최 부장판사가 빼돌린 헌재 내부정보가 이 전 상임의원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상임위원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의 지시에 따라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법관 모임의 자체 학술대회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이 2015년 제기한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재판부 심증을 미리 빼내는 한편 선고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이 법관 뒷조사와 관련한 의혹 문건들을 대거 삭제하는 과정에 이 전 상임위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복수의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 전 상임위원이 양형위원회에 근무하던 시절 생산한 자료와 최 부장판사가 헌재 파견 때 사용한 하드디스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법원행정처에서 헌재 관련 업무를 담당한 다른 판사들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하지 않았다.
법원은 "관련자들 진술과 문건이 확보됐다'거나 '임의수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임의제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익침해가 큰 사무실과 주거지 압수수색을 허용할 만큼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등의 이유를 들어 압수수색 대상을 제한했다.
검찰은 부산 건설업자 정모씨의 뇌물사건 재판기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대법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을 계획이다.
검찰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재판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했으나 대법원이 거부한 바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정씨에게 수십 차례 접대를 받은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의혹을 통보받고도 묵살하는가 하면 문 전 판사가 정씨 재판에 관여한다는 의혹을 덮기 위해 정씨 재판에 직접 개입한 단서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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