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퇴임 예정…"성소수자·난민 등 약자 혐오 우려스러워"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20일 "국가인권위원회의 헌법 기구화가 무산된 것이 가장 아쉽다"고 재임 기간 3년을 돌아봤다.
이 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인권위가 독립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정권의 부침에 따라 많이 흔들렸다"며 "이를 막기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진행한 것 중 하나가 헌법 기구화인데 결국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15년 8월 13일 제7대 인권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정권이 바뀌는 동안에도 3년의 임기를 채웠고, 이달 23일 최영애 새 위원장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임기를 공식적으로 마치게 된다.
이 위원장은 "인권위가 강해지지 못한 이유는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이 없어서다. 행정안전부에서 관장하는 대통령령으로 인권위 직제를 정하고,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주기 때문에 자율적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권위는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이지만, 조직과 인사는 행정안전부, 예산은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이명박 정부가 인권위를 독립기구에서 대통령 직속 기구로 바꾸려다 여의치 않자 2009년 당시 행정안전부를 통해 정원을 21%나 줄이는 등 인권위 규모를 대폭 줄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국내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성 소수자나 난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가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부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의 문제를 일반화하고, 낙인찍고 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재임 기간 자신의 역할을 '구원 투수'라고 규정했다.
그는 "취임 당시 인권위는 한마디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였었다"며 "국제적으로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B등급이 될 위기에서 3번이나 등급 판정 보류를 받아 4번째 심사를 앞두고 있었고, 국내적으로도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협력관계가 단절된 상태였다"고 기억했다.
이 위원장은 이처럼 인권위의 존폐 자체가 염려스러운 상황에서도 취임 당시 약속은 지켜냈다고 자부했다.
그는 "위원회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다짐하며 시민사회, 국가기관, 국제기구 등과의 소통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며 "이런 노력으로 강원 사무소, 국제인권과, 아동청소년인권과를 신설했고, 새 정부의 인권위 위상 강화 의지와 맞물려 최근 차별시정국, 군인권조사과, 사회인권과, 성차별시정팀 등 1국 2과 2팀을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 후 2016년 5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에서 A등급을 받았다"며 "인권위에 비판적인 분들이 있지만, 계속해서 위기를 회복해나가는 기반은 마련해놨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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