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전쟁 대응 '갑론을박'…'대외선전 적정했나' 지적 비등

입력 2018-08-20 16:09  

中, 무역전쟁 대응 '갑론을박'…'대외선전 적정했나' 지적 비등

(서울=연합뉴스) 진병태 기자 =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정작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불공정한 무역행위' 보다는 대외선전 전략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 중문판이 20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 지적재산권 침해, 외국기업에 기술이전 강제 등 행위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지만 중국내 여론은 이런 '불공정 무역행위'에 주목하기 보다는 중국의 대외선전전략에서 문제의 원인을 보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 상당수는 지난 3월 공전의 히트를 친 '대단한 우리나라'(려<力없는勵>害了, 我的國)가 국민들에게 맹목적인 자신감을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주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집권한 이래 5년동안 거둔 성과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대단한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전국에서 동시 상영에 들어가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며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후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업체 ZTE(중싱<中興>통신)에 핵심부품 수출금지를 결정하면서 중국에서 일이 등을 다투던 첨단기업이 한순간에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또 미국이 중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을 시작하자 중국 지식인층과 정·재계가 드디어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대단한 우리나라'가 상징하는 대외선전전략이 외부에서 강력한 반발을 샀다고 평가했다.
또 중싱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계기로 미국과의 기술격차가 확연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비등했다.
중국 과학기술부 산하 관영 매체인 과기일보 류야둥(劉亞東) 편집장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내년은 5·4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2019년의 중국은 1919년의 중국과 마찬가지로 아직 과학 정신이 부족한 사회"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 과학기술계의 원천적인 혁신은 아직 낮은 수준이며, 기초 연구도 약한 상태"라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과학 정신의 부족으로, 이는 학계의 부패와 사기, 오만, 경박함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류 편집장은 지난 6월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을 곧 따라잡는다는 착각에 빠져 있으며, 이러한 착각이 무역분쟁의 한 원인이 됐다고 질타해 중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렀다.
그는 '우리나라가 그렇게 대단하지 않고 오히려 남의 손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일부 사람들의 과장된 선전이 지도자들을 속이고 공중을 속이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중국의 종합국력이 미국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던 중국 칭화(淸華)대의 한 관변학자는 최근 '국가정책을 오도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해임압력을 받고 있다.
칭화대 동문들은 최근 추융(邱勇) 총장에게 보낸 호소문을 통해 후안강(胡鞍鋼·65) 칭화대 국정(國情)연구원 원장의 '허위 과장 학풍'을 문제 삼아 그를 원장 및 교수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의 종합국력이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는 후 교수의 학술 보고서는 국가 정책 결정을 오도하고 일반 백성을 현혹하며 다른 나라의 경계심과 주변의 두려움만 샀다"고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최측근이자 이데올로기 담당인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정치국 상무위원은 대외선전 적정성 문제로 내부 비판에 직면해있다.
중국 싱크탱크에 속해있는 한 관계자는 "많은 경제계 인사들과 학자들이 중국의 무역정책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현재 중국의 태도는 너무 강경하고 지도부가 형세를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지도부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고 무역전쟁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다른 부분으로 확대될 경우 이데올로기 담당인 왕후닝 상무위원이 곤경에 처해질 수 있지만 정치국 상무위원직에서 축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중국의 유명 거시경제분석가인 가오산원(高善文)은 "중국 대외개방의 핵심은 미국에 대한 개방이며 중미관계는 개혁개방 40년래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번 양국의 무역전쟁은 향후 30-50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양국관계가 전면적으로 악화된다면 30세 이하 젊은 계층에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충돌 수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해 관영매체가 미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중국제조 2025'계획을 언급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 '무역전쟁'이라는 표현도 자제하도록 지시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반미수준을 높이지 않고 있다며 예전 반일시위와는 사뭇 다르다고 밝혔다.

jb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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