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조직 쇄신 방안을 내놨다. 퇴직자가 자기 부처의 힘을 이용해 민간업체 등에 부당하게 취업하는 일종의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는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직자와 퇴직 재취업자가 사건 관련해서 접촉하는 것도 전면 금지했다. 취업 제한 기관에 재취업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10년간의 이력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내용이 엄격하다.
이런 쇄신안을 발표한 것은 공정위가 2012년부터 작년까지 퇴직간부들의 재취업을 위해 민간기업을 압박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이 구속기소됐다.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 등 9명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에는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 공정위 간부들이라고 해서 민간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특히 공정위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공정거래법에 전문성을 획득한 사람이 퇴직 후 민간기업에서 기여하는 것은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부당성이다.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퇴직 후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이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한다면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질 수가 없다. 공정위 퇴직자가 기업의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면 정부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이 개입하기도 한다.
이런 낙하산 인사는 공정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검찰, 경찰청 등 힘 있는 부처와 기관들이 직간접적으로 낙하산 인사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내부 직원이 승진해서 기관장이 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공기업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공기업들의 기관장뿐 아니라 상임이사와 감사, 사외이사에도 낙하산이 내려오는 일이 적지 않다. 이런 식의 인사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금융권과 민간기업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공정위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제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낙하산 문제를 범정부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하고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고위공무원을 지냈다는 이유로, 집권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권력자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공기업과 민간기업 등에서 한자리 차지하는 일이 계속 벌어진다면 나라 전체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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