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된 남편 생사 불명' 홍정순 씨, 조카들과 반갑게 상봉
(금강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지성림 기자 =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두고 속초에 도착한 날 취재진에게 6·25 전쟁 시기 북한에 끌려간 맏형의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최기호(83) 씨.
최씨는 20일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납북된 맏형 최영호(2002년 사망) 씨의 두 딸인 선옥(56)·광옥(53) 씨를 만나서야 형의 생전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딸 선옥 씨가 가져온 형의 사진들을 보며 연신 눈물을 흘린 최씨는 눈가에 손수건을 한참이나 갖다 대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조카가 가져온 맏형의 가족사진 속 인물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물었다.
'70돌 생일을 맞으며'라는 글이 새겨진 가족사진을 비롯해 여러 장의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을 가져온 조카는 삼촌을 만나자 오래전 세상을 떠난 부친이 생각나는 듯 "제가 부모·형제 생각이 나서 내내 울었습니다"라며 울먹였다.
최씨의 맏형은 충청북도 청주에서 살다가 1·4 후퇴 당시 의용군에 징집돼 북으로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방북 전 인터뷰에서 "(형이) 자세히 어떤 상황에서 끌려갔는지는 모른다"며 "어머님이 형을 특히 그리워하셨다. 끼니마다 꼭 형이 먹을 밥을 떠서 상에 올리고 '밥공기에 물이 맺히면 네 형은 살아있는 것'이라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특히 "그땐(전쟁 전엔) 형편이 어려워서 사진도 못 찍었다"며 "우리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은 형이 스무 살 때니까, 그 이후 어떻게 나이 들었는지 (사진이라도 보고)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6·25 전쟁 시기 남편이 북으로 끌려간 홍정순(95) 씨는 생사불명인 남편 대신 조카들을 만났다.
교통부 공무원이었던 홍씨의 남편 심우필 씨는 전쟁 발발 직후 북한 당국에 의해 끌려갔지만, 현재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번에 오빠의 딸인 홍선희(74) 씨와 여동생의 아들인 림종선(57) 씨를 만나 형제들이 북한에서 살았던 얘기를 전해 들었다.
선희 씨가 홍씨에게 "OO에게 아이가 하나 있었던 거 기억하세요? 그 아이가 전쟁 시기 후퇴 때 폐렴으로 죽었어요. 그리고 혼자 살았수다. 남편도 죽었어요"라고 말하자 홍씨는 "그 남서방?"이라며 되묻기도 했다.
홍씨는 방북 전 취재진에게 "이번에 만나게 될 오빠의 딸이 6살일 때 마지막으로 봐서 얼굴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며 "조카들을 만나게 돼서 그냥 좋기만 하다. 처음에 (상봉 가능하다는) 연락받고 놀라서 눈물만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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