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중해에서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 수용을 놓고 몰타와 대치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에 공식 개입을 요청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EU 집행위원회에 과거 2개월 동안 여러 차례 해온 것처럼 해결책 마련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교부의 이 같은 서한 발송은 난민 강경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가 이탈리아와 몰타의 공방 속에 닷새째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 인근 해역에 발이 묶인 난민 177명을 출발 지점인 리비아로 되돌려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EU에 난민 분산 수용을 촉구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선박에 탑승해 있는 이들 난민 가운데는 여성 11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닐로 토니넬리 이탈리아 교통부 장관도 "EU는 여러 회원국이 이 난민들을 분산 수용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EU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14일 자국 해안경비대의 난민 구조는 몰타 수역에서 진행됐다며 난민 수용 책임이 몰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몰타 정부는 "이 난민들은 몰타에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몰타의 구조 제의도 거부한 채 계속 이탈리아로 항해하려 했다"고 지적하며, 이탈리아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와 몰타의 거부 탓에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 141명을 태운 채 사흘 간 바다를 떠돌던 프랑스 비정부기구(NGO)의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는 프랑스, 스페인, 독일,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등 EU 5개국이 난민 분산 수용에 합의함에 따라 지난 15일 몰타에 입항한 바 있다.
EU는 지난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들에 항구를 걸어 잠근 뒤 난민들의 행선지를 놓고 회원국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중재에 나서 일부 회원국들의 난민 분산 수용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해법은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EU의 난민 정책을 담당하는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집행위원은 최근 "땜질 처방식의 방책에 의존할 수는 없으며 지속가능한 해법이 필요하다"면서 "(난민 문제는)하나 혹은 일부 회원국의 책임이 아니라 EU 전체의 책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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