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 "마하티르 총리 방중은 중국 외교의 성과"
"동부해안철도 등 말레이내 일대일로 사업은 중단"
(베이징·자카르타=연합뉴스) 김진방 황철환 특파원 = 중국이 강력히 추진 중인 대외 경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던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일대일로 사업에 계속해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는 전날 중국 국빈관인 조어대(釣魚台)에서 시 주석과 만나 이 같은 뜻을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말레이시아는 일대일로를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원한다"면서 "일대일로가 지역 발전과 번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시 주석이 거론한 대로 일대일로는 지역 간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 지역의 모든 국가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방중은 말레이시아의 새로운 정책에 중요한 조치"라며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에 말레이시아의 대(對) 중국 우호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말레이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고, 중국의 발전은 말레이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중국 기업의 말레이시아 투자를 환영하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마하티르 총리의 일대일로에 대한 지지와 아시아 발전에 대한 공헌을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말레이시아는 고대 실크로드에 있는 중요한 국가이자 일대일로에 가장 먼저 호응한 국가"라며 "양국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을 큰 줄기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양국 간 실무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협력 파트너"라며 "양국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하고, 아시아의 부흥과 세계 진보, 번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또 "말레이시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설립 후 가장 빨리 중국과 수교한 나라"라며 "중국은 말레이시아와의 우호를 확고히 하고, 새 시대에 양국관계가 전도유망하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이러한 회동 결과에 대해 중국 외교의 성과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마하티르 총리는 일대일로 구상을 지지한다는 입장과는 별개로 말레이시아에서 중국 주도로 진행돼온 대형 인프라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 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와 사바 주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 프로젝트들은 더는 계속되지 않는다.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부채 감축이고 이 사업들은 여력이 생길 때까지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에게 사업 중단 이유를 설명했고 "처음에는 다소 오해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들도 우리가 왜 사업을 중단하려는지 이해했다"면서 "중국도 우리가 파산하는 모습을 보길 원치는 않는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친중(親中) 성향의 전 정권이 무너진 이후 공사중지 명령을 받은 ECRL 건설 사업은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통로여서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이 사업비 550억 링깃(약 15조원)의 85%를 융자하는 조건으로 추진돼 온 이 사업에 대해 사업비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데다 수익성도 의심된다면서 줄곧 문제를 제기해 왔다.
앞서, 마하티르 총리는 전날 리 총리와의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대일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게 된 배경이 이전 정권이 초래한 재정악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은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를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우리 내부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