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 닫아 시민들 불편…"경제난 심화" "화폐개혁은 사기"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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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20일(현지시간) 자국 통화를 95% 이상 평가절하하는 긴급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통화에서 숫자 0을 다섯 개나 떼어내는 화폐개혁 단행 첫날이었지만 은행들이 새 화폐 시스템 준비를 위해 마침 이날 일제히 휴무에 들어간 탓에 시민들은 더 큰 불편을 겪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호세 모레노(71)라는 시민은 로이터통신에 "은행들이 모두 오늘 문을 닫아서 현금 지급기를 찾을 수가 없다"며 "돈도 없고, 물도 없고, 전기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고 불평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거주하는 변호사 사울 히메네스도 이날 빵을 사러 나섰다가 허탕을 쳐야 했다.
'초(超) 인플레이션'을 겪는 베네수엘라에서는 빵 한 덩이를 사는 데에도 지폐가 한 움큼이나 필요해 히메네스는 현금 대신 은행 카드를 이용해왔지만, 이날은 은행들이 문을 닫은 탓인지 현금 지급기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히메네스는 AP통신에 "내 카드만 안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것도 다 안된다"며 "직불카드도, 신용카드도 모두 작동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 화폐개혁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 17일 전격 발표한 긴급 경제위기 타개책 가운데 그나마 불만이 덜한 조치라고 AP는 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통화가치 절하에 이어 최저임금을 3천% 이상 인상하고 밀수를 막기 위해 휘발유 가격을 인상하는 조치도 다음달 시행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인 베네수엘라는 고유가로 인한 막대한 오일 머니로 지난 10년간 '소비 붐'을 경험했지만 지금은 많은 시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최악의 경제 위기국으로 전락했다.
지난 2014년 국제유가 폭락 이후 경제가 쇠락 길을 걷기 시작하고 미국의 경제 제재까지 겹치면서 물가가 살인적 수준으로 치솟고 식량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난이 가중됐다.
올해 들어서만 50만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생활고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로 '탈출'하는 등 난민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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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영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기존 통화인 볼리바르를 95% 이상 평가절하한 '볼리바르 소베라노'라는 새 통화를 도입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새 통화는 베네수엘라가 자국산 석유에 토대를 두고 만든 디지털 가상화폐 '페트로'와도 연동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회의적 반응이다. 오히려 이번 조치가 경제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CNBC방송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인 다타날리시스의 루이스 비센테 레온 대표는 트위터에 이번 조치가 내수 경기에 큰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라며, 특히 "기하급수적 임금 인상은 기업들을 재앙적인 상황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스티브 한케 응용경제학 교수도 트위터에 "새 볼리바르 통화를 페트로와 연동하는 것은 사기(scam)"라며 "겉으로는 변한 거 같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페이스리프트(facelift)"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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