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일본 현대시를 한눈에 조망해볼 수 있는 시선집이 출간됐다. 창비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온 '달에게 짖다- 일본 현대대표시선'.
일본 현대시가 태동하기 시작한 메이지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시인 50인의 대표작을 선별해 총 77편을 묶었다.
근대 초기에는 정감을 중요시하는 일본 전통시가의 영향으로 낭만적 서정시가 주류를 이루며 상징시가 발달한다. 소설가로도 유명한 시마자키 도손은 일본 근대시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새싹집'을 발표하며 봉건적 관습에 저항하는 정신을 보여줬다.
"이제 갓 틀어 올린 앞머리가/능금나무 아래로 드러났을 때/앞머리에 꽂은 그 꽃 빗에/꽃 같은 그대라고 여기었어라" (16쪽, 시마자키 도손 '첫사랑' 중)
그러다 1차 세계대전과 관동대지진으로 격동기를 거치며 현실을 좀 더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시들과 자유시가 나타난다. 이후 공업화와 도시화 등 영향으로 계급의식을 강조하는 프롤레타리아 시가 나오기도 한다.
전후에는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움직임과 서민의 일상을 풍자한 시들이 두드러지고, 1960년대 이후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혼돈을 겪는 주체성 문제가 등장한다.
"주전자라 해도,/하늘을 날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물이 가득 든 주전자가/밤마다, 살며시 부엌을 빠져나와,/마을 위를,/밭 위를,또,다음 마을 위를/살며시 몸을 기울이고,/필사적으로 날아간다." (263쪽, 이리사와 야스오 '미확인 비행물체' 중)
임용택 엮고 옮김. 33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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