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협곡서 집중호우로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등반객 참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주 북서부 항구도시 제노바에서 고속도로 교량이 무너지며 43명이 숨지는 비극이 일어난 이탈리아에서 이번에는 폭우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났다.
20일 오후(현지시간) 남부 칼라브리아 주 코첸차 일대에 있는 폴리노 국립공원의 협곡을 흐르는 강이 홍수로 순식간에 불어나며 등반객 1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구조당국이 밝혔다.
총 23명이 구조된 가운데 10여 명은 급류에 떠내려가다 입은 상처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와 부상자의 국적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이 지역이 내국인에게 인기 있는 여름 휴양지인 점에 비춰 희생자 대부분이 이탈리아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중에 일부는 네덜란드 관광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갑자기 쏟아진 비로 좁은 곳은 폭이 4m에 불과한 협곡을 흐르는 강물이 눈 깜짝할 새 불어난 탓에 이 일대 탐사에 나섰던 여행객 수십 명이 손쓸 틈도 없이 거센 물살에 휩쓸렸다고 설명했다.
칼라브리아 시민보호청을 이끄는 카를로 탄시는 "물폭탄이 희생자들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며 "이들은 협곡을 따라 3㎞ 아래까지 쓸려 내려간 뒤 발견됐다"고 말했다.
당국은 당초 사망자를 11명, 실종자를 5명이라고 발표했으나, 21일 최종 사망자를 10명으로 수정했다. 실종된 것으로 여겨지던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무사히 발견됐다.
장화 모양 이탈리아 반도의 발등에 해당하는 지점에 위치한 사고 지역은 지형이 까다로워 당국은 숙련된 하이커들만 등반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사법 당국은 이번 참사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장을 방문한 세르지오 코스타 환경장관은 제노바 교량붕괴 사고를 비롯해 최근 참사가 잇따르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명하며 "이런 현상이 태만과 얼렁뚱땅, 부주의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지 철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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