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유혈사태 와중에 국경을 넘어 피신한 70만 명의 로힝야족 난민의 귀환 문제의 책임을 방글라데시 측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리셴룽(李顯龍) 총리 초청으로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수치 자문역은 21일 강연에서 "귀환자들은 방글라데시 측에서 보내줘야 돌아올 수 있다. 우리는 국경에서 그들을 환영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치는 이어 "방글라데시는 난민 송환 절차를 언제까지 마무리할지에 대해서도 시급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로힝야족 난민 송환 지연의 책임이 방글라데시 측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힝야족 난민들은 군대를 동원해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낸 미얀마 측이 시민권과 신변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본국 송환을 완강하게 거부해왔다.
또 유엔 등 국제사회도 원활한 난민 귀환이 이뤄지려면 난민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미얀마 측은 시민권 및 신변안전 보장은 하지 않은 채 난민 수용 준비가 끝났다면서 공을 방글라데시와 난민에게 돌려왔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애초 올해 초에 난민 송환을 시작해 2년 안에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지만, 이런 상황 때문에 난민 송환은 7개월 가까이 지연됐다.
수치 자문역은 또 이날 강연에서 난민 사태를 촉발한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을 테러 세력으로 지목하면서, 이들이 여전히 서부 라카인주에서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라카인주의 인도주의 위기를 촉발한 테러범들의 행동은 오늘도 여전히 실존하고 있다"며 "안보 위협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집단 사이의 폭력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결국 미얀마는 물론 역내 다른 국가에도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RSA는 핍박받는 동족을 돕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 2016년 10월과 지난해 8월 미얀마 경찰 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군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반군 토벌에 나섰고 특히 지난해 8월 2차 공격 이후에는 ARSA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뒤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 와중에 수많은 로힝야족 난민이 목숨을 잃었고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사태 초기 한 달 동안 최소 6천700명의 로힝야족이 학살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반군 토벌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의도적으로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전형적인 '인종청소' 사례로 규정해 비판하고 책임자를 국제 법정에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측은 이런 난민과 국제사회의 주장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해왔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