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 위한 작은 발걸음" 평가 속 "출산휴가 즐이는 꼼수는 안돼" 반론도
WHO, 생후 6개월내 '오직 모유수유' 권장하지만 현실은 '조기 포기'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모유 수유 중인 여성 직원들이 출장 중에도 아기를 제대로 돌볼 수 있도록 모유를 집으로 배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성 평등 인식 부족으로 직장 내 워킹맘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출산 휴가를 줄이려는 꼼수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고 톰슨로이터재단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측은 모유 수유 중인 여성 직원이 업무차 출장을 떠나 있을 때 모유를 차갑게 한 뒤 이를 집으로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번 조치가 회사 내 워킹맘들의 일과 육아의 균형 잡기를 수월하게 해줄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여성단체인 '국경없는 여성회'의 에디트 슐라퍼 회장은 이번 계획이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긍정적인 작은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슐라퍼 회장은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에서 훨씬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여성들이 매일 맞닥뜨리고 있는 이같은 '일과 육아 균형잡기'는 커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카투슈카 길트소프 마일스 파트너십 수석 고문도 "창의적이고 혁신적 계획"이라고 평가하고, "이번 조치는 실질적으로 일터로 돌아와 일과 육아를 양립하고 싶어하는 많은 엄마의 압박감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국 임신자문국(BPAS)은 골드만삭스의 이번 계획이 장기 출산 휴가를 선택하는 여성들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BPAS 대변인은 톰슨로이터재단에 "시간이 곧 돈이라는 문화 속에서도, 출산 휴가라는 선택의 적법성이 존중되고 그 적법성은 여성들을 일터로 복귀시키기 위한 교묘한 도움의 손길에 의해 약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생후 6개월 동안은 아기에게 모유 수유만을, 그리고 이후 두 살이 될 때까지는 모유와 다른 음식을 혼합해 식단을 짜기를 각각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국가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를 보면 실제로는 많은 엄마가 모유 수유를 그보다 더 일찍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 힘든 직장 생활이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최근 수년 사이 직장 내 성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세계적 IT 기업인 애플과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부터 자사 여직원들에게 난자 냉동 비용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여성 직원들이 젊을 때 자신의 건강한 난자를 냉동시켰다가 추후 임신할 준비가 돼 있을 때 해동시켜 임신함으로써 직장과 가정일을 병행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딜로이트 같은 기업들은 육아를 위해 경력을 단절한 여성들을 위한 업무 복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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