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협 실존" 비판론도 여전…다른 나라는 '주적' 개념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방부가 올해 12월 발간 예정인 '2018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적'으로 지칭하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북한군이 실질적인 대화 상대라는 현실적 인식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군은 유사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지만, 적대행위 해소 뿐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의 상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의 공식 발간물인 국방백서에 '주적', '적'이란 용어를 표기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은 계속됐다.
이런 논쟁이 있을 때마다 정부가 주적, 적이란 용어를 빼고 북한의 '직접적 군사위협', '심각한 위협' 등으로 대체해왔다.
이번에도 정부는 그간 국방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기된 문구를 뺀 '2018 국방백서'를 발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22일 "국방백서에 북한군과 관련한 표현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12월 발간 시 결정할 예정"이라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국방부는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을 삭제하거나 다른 용어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 찬반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군 안팎에서는 군 내부 문서에 북한군을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 또는 적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적시하고 있는데 굳이 외부 발간물에까지 그런 표현을 넣어 논쟁을 일으킬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도 많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우리에게 북한군은 싸워야 할 대상, 대화해야 할 상대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면서 "장병정신교육 교재와 군 내부 문서에 적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국방백서에까지 표기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외국의 주요 국가에서도 '주적'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도 이런 주장은 힘을 받고 있다.
국방부가 2001년 주요 국가의 주적개념 유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거나 대외적으로 밝힌 국가는 없었다.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독일, 이스라엘 등은 주적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의 경우 주변 아랍국을 영구적 적대국이 아닌 평화 대상으로 간주하면서 주적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자, 1995년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주적' 표현을 처음 사용해 2000년까지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주적 표현이 쟁점화되면서 2004년 국방백서부터 이를 삭제했고 '직접적 군사위협', '심각한 위협' 등으로 대체했다.
이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2010년 말에 발간한 2010년 국방백서부터는 북한군을 우리의 적으로 표현하는 문구를 넣었다.
이러한 외국의 실태에도 국방백서에 '적'이란 말을 빼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실존한 상태에서 북한군을 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이 노동당 규약 등 공개적인 문서에 남한에 대한 공격적인 표현을 고치는 것을 봐가면서 국방백서 표현을 수정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