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대기하다 귀가하는 이웃에 총 쏴…15분 만에 2차 범행
경찰 총기관리 미숙 지적도…"문제점 없었는지 면밀히 재검토"
(봉화=연합뉴스) 김효중 최수호 기자 = 엽총을 쏴 공무원 등 3명을 살상한 경북 봉화 70대 귀농인이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2일 봉화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등 혐의로 체포된 김모(77)씨는 전날 오전 7시 50분께 소천파출소를 찾아 보관 중이던 엽총을 출고했다. 그는 곧바로 차를 몰고 2년 전부터 상수도 사용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주민 임모(48)씨 집으로 향했다.
[경북경찰청 제공]
피의자는 목적지에 도착해 차에 탄 채로 기다리다가 오전 9시 13분께 귀가하는 임씨를 발견하고 엽총을 1발 쐈다. 어깨에 총을 맞은 주민은 인근 풀숲으로 급히 피했다. 김씨는 달아나는 피해자를 향해 총을 2발 더 쐈지만 빗나갔다.
1차 범행을 마친 피의자는 차를 몰고 나와 소천파출소를 둘러본 뒤 오전 9시 31분께 현동리 소천면사무소에 들어가 2차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가 쏜 총에 맞은 민원행정 6급 손모(47)씨와 8급 이모(38)씨 2명은 가슴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김씨가 이웃 주민 임씨와 상수도 사용 등 문제로 갈등을 겪어오다가 1차 범행을 했고 이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고 면사무소까지 찾아가 2차 범행을 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14년 귀농한 김씨는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주소가 있는 수원중부경찰서에서 산탄식 엽총 소지허가를 받았다. 앞서 그는 지난달 초 실제 거주하는 봉화군에서 유해조수 포획허가도 받았다.
이후 7월 25일 소천파출소에 자신이 구매한 엽총을 보관했으며 최근까지 13차례 총기를 출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범행 당일에도 유해조수를 잡는다며 엽총을 반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귀농 4년이 지나 처음으로 총기 소지 및 유해조수 포획허가를 받은 것이 범행을 염두에 두고 한 행동이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며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는지를 수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총기 관리를 더 철저히 했더라면 이번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1차 범행 피해자 임씨는 지난달 30일 "김씨가 나를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고 위협했다는 말을 한 주민에게 했고 이 주민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 것을 전해 들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신고 당일 오전에 이미 엽총을 출고한 피의자를 찾아가 총을 회수했다. 하지만 9일 동안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지난 8일 엽총 출고를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
피의자는 다음날 9일부터 19일 사이에 7차례 총을 출고했으며 8번째 출고일인 21일에는 결국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며 "임씨가 낸 진정서를 바탕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실제 내용이 다른 부분이 있었고 피의자가 각종 허가를 받은 상황이라 총기를 내주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임씨도 스스로 진정서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기 관리상 문제점은 없었는지 면밀히 재검토하겠다"며 "살인 등 혐의로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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