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화재로 인한 큰 인명피해가 또 일어났다. 21일 인천 남동공단 내 전자제품 공장에서 불이나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7명은 화재 발생 직후 빠르게 퍼진 유독 가스 탓에 공장을 빠져나오지 못하다 소방관들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2명은 불길을 피해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렸다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22일 오전 시작된 유관기관 합동 감식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몇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번 화재도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인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초 목격자가 "공장 4층 천장에서 시뻘건 불덩이가 떨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미뤄 천장의 전기계통 이상이 일단 의심된다. 현장 감식반의 초기 감식 결과 4층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흔적이 없는 사실도 드러났다. 불길이 초기에 급속히 번지고 사상자가 많았던 것은 이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용 인쇄회로기판을 주로 생산하는 이 공장의 내부에 아세톤 등 인화성 물질과 제품 포장용 박스가 쌓여 있었던 것도 화재를 키우고 다량의 유독 가스가 뿜어져 나오게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평소 기본 안전 점검을 충실히 하고 인화물질을 별도 관리했다면 큰 불행을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죽고 40명이 다친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경남 밀양의 요양병원인 세종병원에서 큰불이 나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부상한 것은 올해 1월이다. 정부가 두 사고를 계기로 '국가 안전 대진단'을 대폭 강화해 전국 주요 위험 시설을 샅샅이 점검했지만, 반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결과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국가 안전 대진단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매년 2~3월 실시하는 대규모 안전 진단 프로그램이다. 스프링클러가 미작동하고 불에 잘 타는 드라이비트나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한 마감재 시공 등의 문제점은 남동공단 화재에서 여전히 반복됐다.
1985~1997년 조성된 인천 남동공단에는 현재 7천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중 상당수가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공장인 데다 가연성 위험물질을 취급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화재와 비슷한 참사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많은 대형 화재에서 보듯 일차적 원인은 사람에게 있다. 기본적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결과는 실로 참담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소방 당국, 업체, 사업주 등 모든 당사자가 다시 한 번 안전의식을 높이고 주위의 위험 요소를 점검하길 바란다. 기본적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해 대형 화재가 발생할 경우 사법당국이 관련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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