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대회 장거리에서 쓴맛 본 김도연, 허들에 걸렸던 정혜림
2018년 자카르타에서 김도연·정혜림 메달 노려
(자카르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4년 전 인천에서 비슷한 악몽에 시달린 김도연(25·K-water)과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에 오르는 달콤한 꿈을 꾼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3번의 여름을 보내는 동안 김도연은 한국 여자 마라톤 간판으로 자랐고, 정혜림은 100m 허들 아시아 최정상급 선수로 떠올랐다.
인천에서 노 골드의 아픔을 겪은 한국 육상이 두 선수를 보며 희망을 품는다.
김도연과 정혜림은 22일 격전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났다.
42.195㎞를 달리는 '샛별' 김도연과 짧은 100m에서 허들 10개를 넘어야 하는 '허들 공주' 정혜림은 종목도, 걸어온 길도 다르지만 이번엔 '같은 꿈'을 꾼다.
김도연은 26일 오전 6시(현지시간) 여자 마라톤 결선에 출전한다.
한국 여자 마라톤은 1990년 베이징에서 이미옥이 동메달을 딴 후, 한 번도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28년 묵은 한을 김도연이 풀어내려 한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메달은 딸 수 있다"고 자신감 넘치게 말하는 김도연도 4년 전 인천을 떠올리면 표정이 굳는다.
김도연은 인천 대회 때 5,000m와 10,000m에 출전했지만 각각 12위와 10위에 그쳤다. 다른 주자가 한 바퀴를 돌아 그를 역전하는 수모도 겪었다.
하지만 김도연은 2016년 마라톤으로 전향한 뒤, 아시아가 주목하는 샛별로 떠올랐다.
세 번째로 풀 코스에 도전한 5월 2일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5분41초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1997년 권은주가 세운 2시간26분12초를 21년 만에 31초 앞당긴 기록이다.
당시 김도연은 "내 장점이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이다. 나는 한 번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도 "금메달을 목표로 뛰겠다.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도연의 경쟁자는 개인 최고 기록 2시간24분05초의 데시 모코닌, 2시간24분14초의 로즈 첼리모(이상 바레인)다. 2시간26분19초의 다나카 하나에(일본)와 2시간27분대 기록을 꾸준히 내는 김혜성과 조은옥(이상 북한)도 복병으로 꼽힌다.
정혜림은 한국 육상이 내세우는 '가장 금메달에 근접한 선수'다. 그는 25일 예선에 나서고, 26일 오후 준결선과 결선을 치른다.
정혜림 자신도 "아시안게임 메달과 한국 첫 여자 100m 허들 12초대 진입은 내 평생의 숙제"라고 말했다.
정혜림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 2014년 인천에서는 마지막 허들에 걸려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상실감이 컸지만, 정혜림은 다시 의욕을 냈다. 2017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올해도 13초11로 아시아 랭킹 2위에 올라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우수이자오(중국)가 올해 13초08을 한 번 뛰었지만, 정혜림은 꾸준히 13초1대를 뛰며 안정감을 보였다.
정혜림은 "2014년 인천 대회 결승은 내 생애 최악의 경기"라며 "3번의 아시안게임 중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다. 평균 기록에서 내가 경쟁자를 앞서고 있으니 '이번에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숙원인 '12초대 진입'을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이룬다면 금상첨화다.
여자 100m 허들 한국기록은 2010년 이연경이 작성한 13초00이다. 정혜림은 2016년 6월 고성통일 전국실업대회에서 13초04로 역대 한국 선수 2위 기록을 세웠다.
한국 육상은 정혜림이 아시안게임에서 12초대에 진입하며 금메달을 따내는 짜릿한 상상에 빠진다.
2014년 인천에서 악몽을 겪은 뒤, 김도연과 정혜림은 더 뜨거운 여름을 견뎠다. 그렇게 얻은 자신감을 무기로 네 번째 여름, 더 뜨거운 레이스를 준비한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