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구조난민 177명, 伊 정부 하선거부에 사흘째 배에 '감금'

입력 2018-08-22 22:46  

지중해 구조난민 177명, 伊 정부 하선거부에 사흘째 배에 '감금'
"국가가 납치" 비판 고조…EU "분산수용 노력 진행 중"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지난 주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이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항구에 입항했으나 이탈리아 정부의 하선 거부로 22일 오후(현지시간) 기준으로, 사흘째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어 국제적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의 선박 '디초토'는 지난 20일 밤(현지시간) 난민 177명을 태우고 카타니아 항구에 입항했다.
이 배는 당초 누가 난민을 수용할지를 둘러싼 이탈리아와 몰타의 '떠넘기기' 공방 속에 양국 모두로부터 입항 허가를 받지 못하며 닷새 간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 인근 해역에 발이 묶였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자국 해안경비대의 선박인 디초토가 기술적 문제로 급히 항구에 정박해야 할 필요성을 호소하자 마지못해 카타니아 항구 입항은 허용했으나, 유럽연합(EU)에서 이 난민들에 대한 분산 수용 해법을 제시할 때까지 승선 난민은 단 1명도 배에서 내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강경 난민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21일 "유럽이 난민 분산 수용을 하지 않으면 그들을 출발 지점으로 되돌려 보내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탈리아는 이미 우리의 의무를 다했다. 이제 더 이상은 못한다"고 밝혔다.
살비니 장관은 또한 EU 일부 나라들로부터 분산 수용 약속을 받은 뒤 이탈리아가 지난 달 중순 입항을 허용한 450명의 난민에 대해, 프랑스를 제외하고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몰타, 아일랜드 등 나머지 나라들은 아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EU와 다른 나라들은 이에 해명하라"고도 요구했다.
지난 2014년 이래 유럽을 향해 지중해를 건넌 북아프리카·중동 난민 65만 명을 받아들이며 지중해 난민 위기의 '최전선'이 된 이탈리아는 살비니가 이끄는 반(反)난민, 반이슬람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이 한 축으로 참여한 포퓰리즘 연정이 출범한 지난 6월 이래 외국 비정부기구(NGO)에 의해 구조된 난민들에게 자국 항구를 닫았다.
어린이와 여성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디초토 선박의 난민들이 지난 14일 처음 구조된 뒤 1주일이 넘게 육지에 내리지 못하는 처지가 되자 인도주의 단체를 중심으로 이탈리아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MSF), 유엔난민기구(UNHCR), 세이브더칠드런 등의 단체는 난민들의 고통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며, 이탈리아 정부에 난민들의 하선을 즉각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34명의 어린이가 포함된 이들 난민을 며칠째 폐쇄된 공간에 방치하는 것은 비인도적일 뿐 아니라 법에도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부터 살비니 장관을 '인종차별주의자'라 부르며 각을 세워 온 인기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도 비판에 가세했다.
사비아노는 "이탈리아에서는 영장 없이 48시간 이상 누군가를 붙잡아 둘 수 없다. 그 이상의 구금은 납치에 해당한다"며 디초토호의 난민들의 하선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국가가 주도한 '납치'라고 주장했다.
살비니 장관은 이에 "여름이 끝나가면서, 사비아노의 헛소리가 다시 시작됐다"고 맞받았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난민 분산 수용에 대한 해법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은 EU 집행위원회는 "디초토호 난민과 관련한 교착을 풀기 위한 노력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혀, 아직 EU 회원국 가운데 난민 분산 수용 의사를 내비친 나라가 없음을 시사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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