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경험 문제 해결 위한 지원 절실…북한과 교류도 필요
(자카르타=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한국 레슬링에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안겼다.
박장순 총감독이 이끄는 한국 레슬링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6개를 획득했다. 목표로 내걸었던 금메달 5개 획득에 크게 밑도는 성적표다.
한국 레슬링 대표팀의 성적은 예견돼 있었다.
한국 레슬링은 2000년대 후반 삼성그룹이 지원을 중단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레슬링 대표팀은 이전까지 국제대회를 메년 3~4차례 출전하며 세계 흐름을 익히고 경험을 쌓았는데, 지원이 끊긴 뒤엔 재정 문제로 국제대회 참가 기회가 연간 1~2회로 줄었다.
경험의 기회가 줄어들자 어린 선수들의 실력은 정체되기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한국 레슬링은 베테랑 선수들을 뛰어넘을 만한 유망주를 발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세대교체도 실패했다.
레슬링 대표팀은 2000년대 초중반 실력을 키웠던 30대 선수들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 그레코로만형 67㎏급 류한수(30·삼성생명)와 그레코로만형 97㎏급 조효철(32·부천시청)은 모두 은퇴가 가까워진 30대다.
여자 대표팀도 더하다. 유일하게 메달을 목에 건 여자 자유형 50㎏급 김형주(34·제주도청)는 1984년생이다. 그는 3,4위 결정전에서 7살이나 어린 선수와 싸웠다.
레슬링인들은 베테랑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얻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베테랑 선수들이 사라지는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다.
류한수, 김현우(30·삼성생명) 등 메달 후보들이 은퇴한 뒤엔 그 자리를 메울 만한 선수가 없다.
박장순 감독은 현재 대표팀의 상황을 인정한다.
그러나 박 감독은 "희망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레슬링엔 노하우가 남아있다. 지원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예전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은 지원을 해줄 만한 기업체를 찾으면서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엔 자구책으로 북한 레슬링계와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레슬링을 주요 종목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급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여자 레슬링에서만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쓸어담아 단숨에 레슬링 강국으로 떠올랐다.
북한 레슬링과 교류는 한국 선수들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장순 감독은 "남북 레슬링은 훈련 체계와 선수들의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라며 "국제대회, 해외 전지훈련 못지않게 선수들에게 많은 경험을 안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슬링 대표팀은 자카르타 현지에서 북한 대표팀과 합동훈련을 시행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박장순 총감독과 북한 조선레슬링협회 김일 서기장은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도 합동훈련을 하자고 큰 틀에서 공감대를 나눴다.
박 감독은 "북측과의 훈련도 정부 관계자들의 도움이 선행되어야 한다"라며 "한국 레슬링의 부흥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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