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케빈 콴, 빅 히트 영화 시사회 불참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베스트셀러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를 토대로 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가 지난 주말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이 소설의 작가가 막상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자 모국인 싱가포르에는 마음대로 입국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병역을 기피한 것으로 드러나 자칫 입국 시 징역형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방부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 소설의 작가인 케빈 콴(44)이 병역법 위반인 상태로 최대 1만 싱가포르달러(820만 원)의 벌금과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해외 주소로 여러 차례 안내문과 편지를 보냈음에도 콴은 1990년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한 등록을 하지 않았다"며 "그는 허가 없이 외국에 머물러 병역 의무 불이행으로 수배된 상태"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또 콴이 1994년 시민권 포기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으며 이어진 재심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콴은 11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휴스턴으로 이주했고, 18살에 미국 시민권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 직후인 1967년에 의무 병역제를 도입, 모든 남성은 18세가 되면 군이나 경찰, 소방 등의 분야에서 2년을 복무해야 한다.
21살이 되기 전에는 시민권 포기가 허용되지 않으며, 병역 의무 없이 시민권 포기를 시도하면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또 10대가 해외에 가려면 출국 허가를 받아야 하며, 예정보다 오래 머물게 되면 최소 미화 5만5천 달러(6천200만 원)를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
콴의 병역 기피 사실은 21일 밤 싱가포르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 때문에 불거졌다.
영화 대부분이 싱가포르에서 촬영됐고 감독인 존 M. 추는 물론 대부분의 싱가포르 출신 출연 배우가 시사회를 찾았지만, 주요 인물인 콴이 불참하면서 관심을 받았다.
콴이 2013년에 내놓은 이 소설은 중국계 미국 여성이 남자친구의 부유한 싱가포르 집을 방문해 겪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특히 같은 이름으로 제작된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로는 25년 전 '조이 럭 클럽' 이후 처음으로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아시아계 배우들로 채워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는 지난주 개봉 첫 주말에 예상치를 웃도는 3천400만 달러(약 382억 원)를 벌어들여 북미 박스오피스(영화 흥행수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편, 해외에 거주하는 싱가포르 젊은이들은 종종 병역 문제로 어려움을 겪곤 한다.
싱가포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한 17살의 축구 유망주 벤저민 데이비스(풀럼 소속)는 국방부에 병역연기 신청을 했다가 이달 초 거부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부 장관은 튼튼한 국방은 "개인적인 일"에 우선한다며 데이비스에게 병역 의무 이행 계획을 밝히라고 지속해서 요구했으나 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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