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신중기조…민주, 역풍 경계하며 "민생부터 챙겨야"
민주 지도부, 중간선거서 탄핵 이슈화 안하기로 결정…"도움 안된다"
공화 일각서는 오히려 탄핵 쟁점화 기류…보수 지지층 결집용인 듯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옛 최측근 인사들의 잇따른 유죄 소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궁지로 몰리면서 '탄핵론'이 본격적인 화두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칼끝이 트럼프 대통령을 곧장 향해가고 있는데다 이번 논란에 힘입어 '야당'인 민주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일단 현재의 워싱턴 기류를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유죄 인정과 대선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의 유죄 평결이 당장 탄핵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탄핵에 앞장설 것으로 보였던 민주당이 오히려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WP는 민주당이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 유권자들의 표를 가져오기 위해 먹고 사는 민생문제에 집중함으로써 중간선거의 동력을 살려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6년 당의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 공격에 골몰하다가 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특히 공화당 후보들과 만만찮은 대결을 앞둔 경합 지역구에서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탄핵'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꺼내는 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출마한 수전 와일드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는 WP에 "탄핵 절차는 의회에서 다른 일을 이루는 데 분명히 방해가 될 것"이라고 했고, 애리조나 투손 당내 경선에 도전한 앤 커크패트릭도 "유권자들은 러시아 공모나 포르노 스타에게 준 돈보다 가정 문제와 직결된 이슈에 대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보 지지층 결집과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부패 스캔들을 도마 위에 올리면서도, 탄핵을 공개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이는 탄핵을 앞장서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탄핵은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 비롯돼야 한다"며 뮬러 특검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탄핵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11월 중간선거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관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지 않겠다는 결심이 확고하며, 탄핵 이슈가 유권자 결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심지어 2020년 차기 대선을 노리는 진보 주자들도 탄핵론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탄핵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두 번이나 피해가면서 "이야기하기 너무 이르다"고만 말했다.
물론 테드 리우(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범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하원 법사위 청문회 소집을 요구하고, 억만장자 민주당 후원자인 톰 스테이어가 탄핵 촉구 광고를 준비하는 등 일부 강경파가 탄핵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지만 소수의 목소리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오히려 수세에 몰린 집권여당인 공화당 일각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탄핵 이슈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다수의 보수 정치인들은 탄핵이 공화당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여 다수당 지위를 지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이슈라고 본다고 폴리티코가 분석했다.
공화당 상원 '2인자'인 존 코닌(텍사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중간선거를 대통령 탄핵에 관한 투표로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2016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도 "이번 선거는 탄핵이냐, 탄핵이 아니냐의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탄핵은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내놓을 유일한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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