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실험 결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앵무새에게 '마시멜로 실험'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실험 결과 앵무새도 나중에 얻을 더 큰 이익을 위해 당장 주어지는 작은 이익을 포기하는 '경제적 결정' 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아우구스트 폰 바이에른 박사팀은 23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앵무새가 당장 주어진 먹이와 나중에 더 좋은 먹이로 교환할 수 있는 토큰 중 선택하는 실험에서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당장의 보상을 포기하는 결정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실험은 196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월터 미셸 교수가 4살짜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시멜로 실험'과 유사하다. 유치원 교사가 어린이에게 마시멜로 사탕 접시를 주고 방을 나가면서 '마시멜로를 먹어도 되지만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으면 마시멜로 하나를 더 준다'고 하는 방법으로 인내력 등을 측정한다.
마시멜로를 하나 더 얻기 위해 기다리는 결정은 어린이에게는 당장 마시멜로를 먹고 싶은 충동을 누르는 인내력과 기다릴 경우 얻게 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사고력이 있어야 가능한 어려운 과제다.
연구진은 먼저 앵무새 4종(種) 31마리에게 3종류의 토큰이 각각 나중에 질이 낮은 먹이와 중간질의 먹이, 질이 좋은 먹이로 교환된다는 것을 훈련시켰다.
이어 이들 앵무새에게 한가지 먹이와 그 먹이보다 나은 먹이로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또 선택한 토큰 종류에 상관없이 그 토큰과 가치와 같거나 낮은 질의 먹이를 주는 대조실험도 했다.
그 결과 앵무새 4종 모두 제시된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는 먹이의 가치가 당장 주어진 먹이보다 높은 경우 토큰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실험 결과는 앵무새들이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미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대조실험에서는 일부 앵무새의 경우 실험 조건과 관계없이 무조건 토큰을 선택하는 개체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 앵무새에게 토큰 자체가 어떤 본질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바이에른 박사는 "이 실험으로 앵무새들이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 이익을 얻는 매우 영리한 결정을 할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는 이런 결정들이 자연환경에서도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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