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마디에 남아공 랜드화 가치 '출렁'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정부는 토지 개혁 과정에서 백인 농부가 소유한 토지를 몰수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터키, 이란에 이어 아프리카 최남단 남아공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개입' 논란이 번지는 양상이다.
남아공 정부는 23일 공식 트위터에 "우리나라의 분열만을 책동하고 과거 식민시대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편협한 인식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반박했다.
남아공 대통령 대변인실도 트럼프 대통령에 정보가 잘못 전달됐다고 비판했으며, 외무부는 자국 주재 미 대사관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의 진의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폼페이오 장관에게 남아공의 토지와 농장의 몰수·수용, 대규모 농부 살해 등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라고 했다. 남아공 정부는 지금 백인 농부들로부터 땅을 몰수하고 있다"고 썼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남아공의 토지 문제와 백인 농부의 죽음을 다룬 미국 보수 매체 폭스뉴스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20여년전에 종식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의 유산과 씨름하는 남아공에선 최근 '토지 정의' 논란이 불거졌다.
인구의 약 9% 비중에 그치는 백인이 경작 가능한 토지의 73%를 소유해 흑인의 불만이 컸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취임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달 1일 백인에게 집중된 토지를 무상으로 몰수해 흑인에게 재분배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단호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다만 토지개혁 조치가 경제 성장이나 식량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라마포사가 소속된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개혁안이 발표된 이래 아직 몰수된 토지는 없다고 밝혔다.
라마포사 대통령의 토지 개혁 정책을 둘러싸고 남아공에서 뜨거워지는 인종 간 갈등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부채질한 셈이다.
남아공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도 남아공 랜드화의 가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한 줄에 출렁였다.
랜드화는 23일 오전 달러화 대비 가치가 1.7% 하락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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