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남자축구 득점 선두 질주…벼랑 끝 한국 축구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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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랑[인도네시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2018 국제축구연맹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끝없이 추락했다.
대표팀이 A매치에서 번번이 답답한 공격을 펼치자 황의조는 비난의 타깃이 됐다.
자신을 중용했던 울리 슈틸리케 전 국가대표 감독이 경질되면서 황의조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그는 대표팀에서 모습을 감췄고 팬들의 뇌리에서도 점점 잊혔다.
소속팀이었던 성남FC는 프로축구 K리그 2부리그에서도 추락했다. 황의조는 우여곡절 끝에 도망치듯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감바 오사카로 이적하기도 했다.
황의조는 언어와 현지 장벽을 극복하고 J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팀 득점 1위는 물론, 득점왕 경쟁까지 펼쳤다.
최악의 상황에서 황의조는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황의조는 최근 다시 한 번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승선했는데, 팬들은 김학범 감독이 사적인 감정으로 애제자 황의조에게 병역혜택 기회를 제공했다고 비난했다.
김학범 감독은 대표팀의 공격 루트를 다양화하기 위해 황의조를 택했다고 항변했지만, 대중의 눈초리는 변하지 않았다.
김 감독과 황의조의 이름 앞엔 '인맥 축구'라는 조롱 섞인 수식어까지 붙었다.
김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황의조 발탁에 관해 설명해야 했고, 황의조는 "실력으로 보여드리겠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황의조는 그렇게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그는 무거운 짐을 안고 있었지만, 묵묵히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첫 경기 바레인과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논란의 말레이시아전에선 0-2로 뒤진 후반 막판 만회 골을 넣었다.
그리고 23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16강 이란과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전반 40분 결정적인 골을 터뜨렸다.
그는 황인범(아산)이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건넨 땅볼 크로스를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침착하게 연결해 굳게 잠겨있었던 이란의 골문을 열었다.
황의조는 이번 대회 개인 득점 1위에 올랐다. 아울러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 축구를 일으켜 세웠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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