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상욱아, 금 따줄게"…지켜낸 구본길 "이제 발 뻗고 자겠네요"

입력 2018-08-23 23:29   수정 2018-08-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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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상욱아, 금 따줄게"…지켜낸 구본길 "이제 발 뻗고 자겠네요"
펜싱 남자 사브르 2회 연속 2관왕…한국 선수 첫 2관왕 영예도



(자카르타=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후배가 금메달을 땄으면 더 좋은 길이 열렸을 텐데, 그런 게 걸리네요."
지난 20일 아시안게임 펜싱 최초의 개인전 3연패를 달성하고도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결승전 상대인 대표팀 후배 오상욱(22·대전대)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명승부 끝에 이뤄낸 자신의 값진 기록보다 동생이 얻지 못한 병역 혜택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단체전에서는 금 색깔(메달)' 걸어줄게"라고 했던 약속을 형이 사흘 만에 지켰다. 이번엔 형과 동생이 함께 웃었다.
구본길, 오상욱은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 김정환(35·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4·국군체육부대)와 함께 출전해 이란을 꺾고 한국의 2연패를 합작했다.
개인전 이후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구본길은 그제야 마음의 짐을 덜고 환하게 웃었다. 자신만큼 금메달이 간절했을 동생을 끌어안으며 "이제 형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다"며 기쁨을 나눴다.
구본길은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첫 2관왕에 오르며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그는 "단체전을 앞두고 부담이 너무 컸다. 약속한 것을 지킬 수 있어서 기쁘다"며 홀가분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저보다 상욱이의 부담이 더 컸을 텐데, 워낙 잘 뛰어줘서 저도 저의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면서 "상욱이와 동료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구본길이 느낀 부담감은 이날 결승전에서 처음 나선 2경기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첫 주자로 나선 오상욱이 5-1로 기선을 제압한 뒤 출격했으나 그는 이란의 에이스 역할을 한 사예드 에스마엘자데 파크다만에게 연이어 실점하며 고전했다. 그땐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고 구본길은 떠올렸다.
오상욱을 비롯한 동료들은 그에게 믿음을 보내며 힘을 실었다. "네 스텝이 나오지 않고 급하다. 네 경기를 하라"고 소리쳤다. 구본길은 "많이 헤맸는데, 제 경기 찾으려고 일부러 더 파이팅을 많이 넣었다"고 말했다.
동생에게 한 말을 지키는 데 오로지 집중하다 보니 자신의 2관왕 달성에 대해선 특별한 생각도 들지 않는다는 그는 "저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애교 섞인 투정을 부리며 환한 미소로 경기장을 떠났다.
song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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