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없이 기회없다" 전은태 싱가포르 오마스푼 대표

입력 2018-08-24 11:39  

"도전없이 기회없다" 전은태 싱가포르 오마스푼 대표
디저트 카페·레스토랑, 식품 생산·유통…연매출 740만달러



(싱가포르=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싱가포르는 면적은 작지만 연간 1천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강소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6만 달러로, 명실공히 6억명의 인구를 둔 동남아시아의 경제수도 역할을 자임한다.
이곳에서 빙수로 대박을 친 젊은이가 있다. 2014년 한국에서 빙수 기계와 재료를 들여와 '오마스푼'(내 숟가락)이라는 디저트 카페를 연 전은태(38) 대표 이야기다.
그는 이 카페를 처음 오픈하면서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2호점을 한국의 강남사거리로 불리는 '오차드'에 내면서 빙수 열풍을 일으켰다. 현재 이 카페와 동명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 외에 인근 말레이시아에서 식음료 생산과 유통업에도 뛰어들어 연 매출 740만 달러를 올리며 성장 발판을 마련해 가고 있다.
전 대표는 23일부터 난양대학과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2018 동서남아시아 통합 차세대 창업무역스쿨'에 참가한 13개국 112명과 국내 대학생 15명에게 자신의 창업 노하우를 들려주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갰다.
"힘들게 '오마스푼'을 열었을 때 매출이 오르지 않아 고민했어요. 그런데 2호점을 내면서 기회가 왔죠. 같은 재료와 같은 맛을 제공하더라도 그 제품에 맞는 위치가 따로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죠. 두 번째 카페는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고, 2년 넘게 매일 20∼40m의 줄을 설 정도로 붐볐습니다. 언론에도 대서특필됐죠."
전 대표가 빙수로 대박을 치자 같은 아이템의 디저트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그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빙수 재료 도매업에 나섰다. 현재 싱가포르 전역의 빙수 재료 70∼80%를 공급할 정도로 판단은 주효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짓고 한국 식품 관련 제품을 생산해 판매도 한다. 보폭을 넓혀 한국에서는 원료를 구하기 힘든 할랄 제품도 만들어 중동으로 수출한다.
또 말레이시아 공장 지대 기업에 근무하는 5천여 명 회사원의 점심도 공급하고 있다.
그는 1990년 부모를 따라 호주에 이민했다. 레스토랑 2개를 운영한 부모를 보면서 모든 문화는 식사문화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누구든지 부담 없이 만날 수 있고, 예약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 음식점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요식업에 눈을 떴고 결국 '오마스푼'을 개업했다.
뉴질랜드와 영국에서 유학해 문화적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의 매일 느끼고 있단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그 차이를 즐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가 있기에 세상은 즐겁고, 새로운 호기심과 기회가 생긴다고 봅니다. 그 차이는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잘 조합해 그들의 삶과 어우러지게 하는 것입니다. 호주를 떠나 싱가포르에 진출한 것도 새로운 문화에 대한 설렘 때문이었죠."
그런 설렘도 가끔은 그를 당황하게 만든다. 시장조사를 할 때는 몰랐던 사실을 매장을 운영하면서 알기도 했다. 가령 싱가포르의 음력 7월인 '고스트 먼스'(Ghost Month)는 싱가포르에서 사업하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달은 결혼뿐만 아니라 집을 짓지도 않고 못하나 박지 않는 시기로, 모든 사람이 외출도 자제한 채 조용히 지낸다. 갑자기 매출이 떨어져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생각했다가는 나중에 손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 대표는 앞으로 먹거리 생산에서 손님의 테이블까지 올리는 전 과정을 사업화하는 것이 꿈이다. 또 한국의 좋은 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싱가포르의 식품을 한국에 공급하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이 곁에 있어요. 한국의 젊은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도전 없이는 기회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기를 바랍니다. 직접 부딪히고 깨지면서 문화를 이해한 뒤 한국의 좋은 시스템과 결합해 현지화를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식음료 사업에 이어 IT 산업 진출도 도모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현금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350여 개 푸드코트에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청년들에게 그는 이런 조언을 건넸다.
"20대 연령이 가장 많이 사는 동서남 아시아 시장은 앞으로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 지역은 한류가 휩쓰는 곳이죠. 개발은 덜 됐지만, 젊은이들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습니다. 다양한 앱을 개발해 그들을 공략한다면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또 동서남 아시아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이을 수 있을까. 그것을 푸는 열쇠를 손에 쥔다면 시장 개척이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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