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이 군생활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보습제와 오이마스크"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군 생활에서 살아남는 비결은…보습제와 세안용 폼 클렌저, 오이 마스크. 그리고 자기만의 피부관리 '루틴'(routine·일과)을 만들어 매일 실천하는 것."
따가운 햇볕 아래 연일 훈련과 경계 근무를 소화하면서 갈고 닦은 화장법으로 피부관리만큼은 '준전문가'가 된 청년들, 복무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장병용 화장품을 개발한 스타트업 창업자.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한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군에서 지내는 동안 훈련 못지않게 피부관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한국은 세계 뷰티 산업 시장에서 영향력을 지닌 곳이며 한국의 많은 남성에게 있어 군에 징집돼 보내는 시간은 각종 화장품을 섭렵하면서 단계별 피부관리 요령을 익히는 기간이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북한으로부터 불과 3마일(약 4.8㎞) 떨어진 최전방 비무장지대 관측소(OP)에서 복무했던 김상헌(28)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당시 경계 근무에 노출된 안면과 피부를 관리하는 자신만의 '루틴'을 터득했다.
김 씨는 이 시절 근무가 비는 자유시간에는 미용·화장 등을 다룬 각종 잡지를 숙독하면서 보냈다고 한다.
육·해·공군별로 복무 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약 21∼24개월인 병역 기간에 한국의 젊은 남성들은 작열하는 태양 속에서 훈련을 받게 되며 이런 요인이 피부관리 제품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들은 평균적으로 다른 나라 남성에 비해 피부관리에 2배 이상의 비용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세계 스킨케어 제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화장품업계에서 지난 4년간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10개 브랜드 가운데 4개가 한국 브랜드였다.
군 복무 경험을 토대로 화장품을 개발하고 관련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한 업체 대표는 "군 생활을 거친 남자들은 미용과 관련해 거의 준전문가가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군 전문 매체인 국방일보가 올해 초 장병들을 대상으로 '현역 장병이 뽑은 PX(영내 매점) 최고 상품'을 주제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위는 '달팽이 크림'으로 나타났다.
달팽이 크림은 각종 훈련이나 경계 근무 때 바르는 위장 크림을 지우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상품이다. 2위도 피부관리용 상품인 '수분 화장품'이 선정됐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다소 걱정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다고 WSJ은 소개했다.
한 예비역 해군 대령은 젊은 군인들이 피부 크림에 과하게 집착하는 건 유약함의 표시로 생각된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반면 해군 소장 출신으로 현재는 '전쟁사'를 가르치는 한 교수는 "이제 스킨 케어는 전반적인 건강 관리의 일부"라며 긍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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