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군내리 어촌계, 전체 가두리 절반 터지거나 헝클어져
"피해 어정쩡해 보험금이나 나올지" 어민들 한숨
(완도=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제19호 태풍 '솔릭'은 지나갔지만, 전남 완도군 완도읍 군내리 연안은 24일 평온을 되찾지 못했다.
터지고, 부서지고, 제멋대로 헝클어진 가두리 양식장 사이마다 피해를 살피러 나온 어민들의 작업선이 연 꼬리처럼 기다란 하얀 파도를 일으켰다.
어촌계는 완도를 대표하는 특산물인 전복을 바다 양식장에서 키운다.
태풍이 몰고 온 강풍과 풍랑에 모두 8천여 칸에 이르는 양식 시설 가운데 절반가량이 망가졌다.
아직 본격적인 피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어촌계는 양식장을 복구하는데 수십억원과 넉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복 가격 폭락에 힘겨운 시절을 보낸 어민들은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다시 깊은 시름에 맞닥뜨렸다.
어민들은 전날 완도타워 전망대에 올라 태풍이 양식장을 습격하는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만 봤다.
솔릭이 굼벵이처럼 느린 속도로 온종일 머물자 어민들은 늦은 저녁까지 전망대를 떠나지 못하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양식장 상황은 비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한 오후 6시 무렵부터야 눈에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닻줄은 끊어져 흩어지고, 한쪽 귀퉁이가 터진 가두리가 전체 양식장의 절반에 달하는 사실을 목격한 어민들은 '행여나'하는 기대를 접고 집으로 돌아갔다.
꼬박 새우다시피 밤을 보낸 어민들은 파도가 잔잔해지자 양식장으로 나와봤지만, 태풍이 남기고 간 흔적은 '역시나'였다.
어민들은 태풍 '볼라벤'이 양식장을 초토화한 6년 전과 다르게 피해 규모가 어정쩡해 제대로 지원이 될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솔릭으로 피해를 본 4천여 칸 가운데 완파된 가두리는 10% 남짓한 400칸 정도다.
이날 둘러본 양식장은 잠수부 등을 동원해 무너진 구획 단위를 손봐야 하는 애물단지투성이다.
어민 이상현(37) 씨는 "태풍에 대비해서 며칠 동안 가두리를 묶고 낡은 닻줄도 모두 새것으로 교체했다"며 "평소와 같은 속도로 지나갔다면 이렇게까지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양식장이 어정쩡하게 파손돼 보험금이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저대로 놔두면 전복도 다 죽을 텐데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고 한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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