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에 첨단 AI 활용…일본 부동산 업계에 새바람

입력 2018-08-27 07:00  

부동산 중개에 첨단 AI 활용…일본 부동산 업계에 새바람
직원 40%가 IT 엔지니어, 공유경제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겨냥
이력과 환경 종합해 적정 가격 산정, '업계책정 가격' 불신 해소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첨단 인공지능(AI)을 부동산 중개업무에 활용하는 업체가 일본에 등장,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뛰던 축구선수 히구치 류(?口龍. 35)가 창업한 'GA technologies'가 화제의 회사다. '아날로그'적 인상이 강한 부동산 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7월 한국의 코스닥 격인 도쿄(東京)증시 마더스에 상장하면서 일약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NHK에 따르면 규모 큰 복덕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회사는 200명인 직원의 40%가 IT(정보기술) 엔지니어다.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을 맨션 등 중고 부동산 거래 중개에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전국 4만건 이상의 중고 맨션 정보가 게재돼 있다. 웹에서 물건 검색에서 부터 구입, 나아가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부동산은 주택이라는 실물을 다루는 비즈니스여서 금융계의 핀테크와 비교하면 아직 테크놀로지화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매개가 지금 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더 효율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24살때 J리그 선수생활을 접고 부동산 회사에서 영업맨으로 실력을 발휘하다 금융계의 핀테크 등 IT를 활용한 신상품과 서비스가 생겨나는 걸 보고 IT기술로 부동산 업계를 바꿔 보겠다는 생각에서 창업을 결심했다는 히구치 사장은 부동산 거래 효율화에 필요한 조건의 하나로 가격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큰 돈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부동산 매매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맨션이나 주택의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독자적으로 따져보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프로 부동산 업자간에도 정보의 격차가 있어 "업자의 시선에서 가격이 설정되는 건 아닐까"하는 불신감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을 IT기술을 활용해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GA technologies가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중고 맨션의 직전 10년간 시세가 표시돼 있다. 과거 거래시의 계약가격은 물론 매물로 나와 있지 않더라도 내놓으면 어느 정도의 가격이 될지, 입지와 이웃의 세대구성, 범죄 발생률 등의 환경조건도 고려해 AI가 시세를 산출, 이용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에는 물건의 가격이 적정한지 여러가지 조건을 다른 사이트에서 비교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과거 계약사례나 비슷한 물건에 관한 정보도 참고해 AI가 가격을 산출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는게 히구치 사장의 설명이다.
물건을 고르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담당자가 경험과 감에 의존해 고객에게 물건을 추천했지만 IT 활용으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우선 새 물건이 들어오면 물건에 관한 정보가 적힌 도면을 AI가 화상인식으로 읽어 들여 DB화한다. 방이 몇개인지 등 물건의 도면을 담당자가 입력하면 1장 당 20분 정도 걸리지만, AI는 단 1초만에 읽어 들인다. 이렇게 등록한 연 2억5천만건에 이르는 DB와 보유하고 았는 과거 계약데이터를 종합한 후 고객의 희망에 맞춰 AI가 어느 물건을 추천할지 판단한다. AI가 판단한 근거는 담당자가 고객에게 설명한다.
창업 5년만에 지난 7월 도쿄증시 마더스에 상장한 이 회사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중고 맨션 판매 사이트 광고와 인력채용에 쓸 계획이다. 사원중 IT 엔지니어의 비율을 현재의 40%에서 50%로 높여 가장 중요한 AI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히구치 사장은 앞으로 개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중고 부동산을 사고파는 서비스도 전개할 계획이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중고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34.4%에 불과하다. 미국의 90.3%, 영국의 85.8% 등에 비해 크게 낮다. 일본은 신축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게 특징이다. 히구치 사장은 결혼, 출산 등을 계기로 부동산 구입을 검토하는, 태어나면서 부터 또는 철들 무렵 인터넷과 PC에 익숙한 세대인 20대 이하 '디지털 네이티브'를 주 고객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 세대는 공유경제에 익숙해 중고 부동산에도 저항감이 없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히구치 사장은 "일본은 2차대전 이후부터 정부 정책도 그랬고 부동산은 일단 부수고 다시 짓는 '스크랩 앤 빌트'가 주류였다.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만 부동산만은 예외여서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건물의 가치자체는 평가하지 않는 시기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스마트폰 앱으로 개인간 거래를 할 수 있는 중고 전문 상거래업체 메르카리가 중고품 유통을 활성화시킨데서 보듯 앞으로는 중고 부동산에서도 개인간 거래가 늘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NHK는 디지털화의 파도가 장벽이 높다는 느낌이 드는 부동산 업계를 바꿔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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