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들 비정규직 부담 커…학부모의 지나친 간섭도 문제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유소년축구 지도자의 대다수가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인 탓에 더욱더 성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동국대에 따르면 이 대학 교육대학원 교과교육학과에서 체육교육전공을 한 이봉연 씨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석사 학위 논문 '한국과 국외의 유소년축구 운영 현황 고찰과 활성화 방향'을 학교에 제출했다.
이 씨는 서울·경기·충남에 있는 대한축구협회 등록팀의 전·현직 지도자 10명을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논문을 작성했다.
이 씨는 "현재 대부분의 학원 축구는 상급 학교 진학에 필수인 대회 입상 실적을 내기 위해 '즐기는 축구'가 아닌 '이기는 축구'가 됐다"며 "이 때문에 수업 결손, 체력 우선주의, 부상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적지상주의는 지도자의 직업적 불안정과도 맞물려 있다고 이씨는 논문에서 주장했다.
이 씨는 "축구 지도자의 84.4%가 계약직이거나 계약을 따로 맺지 않는 등 신분 불안으로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팀 운영보다는 당장의 성적에 급급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문제 삼았다.
2012년 국내 축구 현장 지도자의 모임인 '한국축구사회'가 토론 프로그램 전문기관인 코리아스픽스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대학 지도자 4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신분에 따른 부담감(15%·66명)은 경기 결과에 대한 부담감(21%·97명), 미흡한 복지(20%·90명) 등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고충으로 꼽혔다.
이 씨는 "대부분 계약직인 지도자들에게는 소속팀의 성적이 재계약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인원이 그 지도자의 능력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도자 A씨는 이 씨와 면담에서 "학부모와 학교의 기대를 충족하려면 대회 성적은 물론 대학 진학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선수의 대학 입시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다친 선수에게 출전을 권유할 때 지도자로서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고용 안정도 중요하지만, 고유 역할을 침범당하는 것 또한 지도자의 고충이라고 적었다.
이 씨는 "일부 학부모는 본인 자식에 대한 편애를 요구하거나 지도에 지나치게 간섭하기도 한다"며 "지도자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나 신뢰가 매우 낮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 씨는 국내 지도자의 자격 조건 또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씨는 "한국의 지도자 자격은 스페인이나 일본보다 취득하기 쉬운 수준"이라며 "자격제도의 개편으로 지도자의 문이 높아져 지도자들이 전문성을 갖는다면 처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