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내 부패와 은폐의 관행은 배설물 같은 것"
아일랜드 39년만에 방문…총리 "피해자들에게 진실·정의 찾아달라"
(파리·서울=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임주영 기자 = 39년 만에 아일랜드를 방문한 교황이 가톨릭 교회 내 성폭력에 교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것을 "치욕과 고통"이라고 자책하고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에 전용기 편으로 도착한 뒤 곧바로 더블린성으로 이동,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와 면담했다고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총리를 만난 뒤 더블린 성 세인트 패트릭 홀에서 "아일랜드 교회 구성원이 젊은이를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성적) 학대를 했다"면서 "추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연설했다.
교황은 "주교와 사제 등 지도자를 포함해 교회가 이런 끔찍한 범죄에 대처하는 데 실패해서 분노를 촉발했다"면서 "이는 천주교 공동체에 고통과 치욕의 근원으로 남았으며 나 역시 이런 인식을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어 더블린에 있는 교황청대사관에서 90분간 성직자들에 의한 성학대 피해자 8명을 만나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
이번 만남은 성직자에 의한 학대 및 종교적·제도적 학대를 당한 8명의 생존자와 이뤄졌다고 그렉 버크 교황청대변인은 성명에서 밝혔다.
특히 교황은 피해자들과 면담을 하면서 가톨릭 내부의 부패와 (추문) 은폐를 '인분'(caca)에 비유하면서 비난했다고 만남에 참석했던 아일랜드 단체 '어머니와 아기 가정 생존자 연합'(CMABS) 관계자 2명이 전했다.
'카카'(caca)는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에서 사람의 배설물(인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흔히 어린 아기를 가진 엄마들이 사용하는 '응가'라는 의미의 유아어로도 쓰인다.
통역자는 교황이 언급한 카카를 '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오물'이라고 품위있게 번역했다고 스페인 EFE통신이 전했다.
교황과의 만남 참석자 중에는 과거 성직자에게 성학대를 당한 사실을 폭로하고 가톨릭의 미온적 노력을 비판하며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했던 마리 콜린스, 보호시설에서 태어나 생후 17일 만에 입양됐던 폴 주드레드몬드 등이 포함됐다.
레드몬드는 교황에게 미혼모와 아기 보호시설을 운영했던 수녀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인정하고 가톨릭 적폐로 인해 피해를 본 모든 생존자에게 무조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이뤄지는 조사와 관련한 비용 전체를 지불할 것도 요청했다.
교황은 이들 시설에서 과거 약 6천명의 아기가 숨지고 3천명이 외부로 보내져 백신 실험을 받았던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CMABS 측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보호시설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사과했으며, 26일 집전하는 미사에서 성추행 피해자들을 위한 메시지를 포함하는 데 동의했다고 CMABS가 성명을 통해 밝혔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아일랜드는 2000년대 초부터 아동을 상대로 한 가톨릭 성직자의 성폭력이 잇따라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몸살을 앓았다.
아일랜드 정부와 여론주도층에서는 교황청이 이 문제를 묵과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서 바티칸과 갈등해왔다.
바라드카르 총리는 교황에게 성직자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교회가 치유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아일랜드 가톨릭교회의 성추문이 우리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교회에 오점을 남겼다"면서 "너무도 자주, 심각하고 잔인한 판단이 내려졌고, 피해자가 어두운 구석에 숨어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연설했다.
총리는 이어 "피해자를 치유하고 진실과 정의를 찾아주기 위해 할 일이 많다"면서 "교황이시여, 당신의 영향력과 권위를 아일랜드와 전 세계에서 이런 일이 바로잡히도록 사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영상: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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