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주의 정치역정에 뚜렷한 개성 발휘…초당파적 존경 받아
트럼프에 쓴소리도 마다 안해…미국의 '보수가치' 줄곧 강조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인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 의원이 25일 오후 4시 28분(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1세.
매케인은 지난해 7월 말기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해왔고, 지난해 말부터 의회에는 나오지 못한 채 애리조나 자택에서 치료에 집중했다.
매케인은 부인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그의 사무실 측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가족들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그는 생존에 대한 기대치를 뛰어넘었지만, 병의 진행과 노쇠해지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면서 의학 치료를 중단했다고 밝혔고, 미국 언론들은 "매케인이 이제 '마지막 날'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케인은 1936년 8월 미국령 파나마 운하를 지키는 코코솔로 해군기지에서 출생했다. 스코틀랜드계와 아일랜드계의 조상을 뒀으며 아버지 존 잭 매케인과 할아버지 존 슬루 매케인은 모두 해군 제독으로 항공모함 전략을 세운 선구자로 꼽히는 전형적 군인 집안 출신이다.
그 역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 북부 베트남에서 폭격 임무를 띠고 출격했던 자신의 전투기가 격추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5년 이상 비참한 포로생활을 경험했다. 특히 해군 사령관으로 있던 아버지가 '아들을 풀어주겠다'는 월맹군의 제안을 거절한 채 아들이 잡혀 있던 하노이 폭격을 명령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미국의 대표적 '베트남 전쟁영웅'으로 꼽히는 그는 1982년 하원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1987년 상원 의원에 당선되면서 내리 6선을 지냈다. 상원 군사위원장을 지내면서 한반도 문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방예산의 근거가 되는 '매케인 국방수권법'은 그의 정치적 무게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권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2000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패배하면서 정치인생의 재기가 불가능한 듯했던 매케인은 2004년 '부시의 재선'을 위해 뛰었다. 절치부심 끝에 2008년 공화당의 대권행 '본선 티켓'을 잡았지만 결국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는 뚜렷한 개성을 발휘한 매케인에겐 '매버릭'(Maverick)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고집 센 괴팍한 이단아라는 의미도 담겼다. 매케인의 거칠고 돌발적인 입담도 항상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초당파적 존경을 받았던 드문 정치인으로 꼽힌다.
공화당 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인사로 꼽혔다.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가치를 못 지킨 인물"이라고 일갈하는 등 투병 와중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7월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엔 제동을 걸었다. 왼쪽 눈썹 위에 혈전을 제거한 수술 자국이 선명한 매케인은 상원 회의장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나가 치켜세웠던 엄지손가락을 떨어뜨렸고, 의원석에선 박수가 나왔다. 법안은 1표 차이로 부결됐다. 여든 살 노장(老將)의 반대표(Thumbs-Down)는 미 의회 사의 인상적 장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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