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민주당은 집권 중반기를 이끌 새 선장으로 이해찬 대표를 선출했다. 1988년 13대 국회에 진출해 30년 이상 정치 무대에서 산전수전을 겪었고, 국무총리와 당 대표를 비롯한 당정 요직을 두루 거친 7선의 '실세 당 대표'를 사령탑으로 내세웠다. '올드 보이'라는 비판에다 '세대교체' 주장도 있었지만, 시기적으로 '강한 리더십'과 존재감 있는 여당에 대한 당원들의 갈망을 넘어서지 못한 결과다.
6·13 지방선거 승리를 정점으로 국정 및 당 지지도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경제정책도 난관에 부닥친 상황에서 당원과 지지자들 속에서 번져가는 위기의식이 역설적으로 '이해찬 체제' 출범의 동력이다. 이 대표는 2020년 총선 승리를 목표로 위기를 헤치며 당의 구심을 세우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하는 책임 여당으로서 체제를 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우위의 당·청 관계 속에서 집권당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당의 높은 지지도도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의 반사 효과에 기댄 측면이 강했다. 민심을 청와대에 전달해 국정의 골조에 생기를 불어넣고, 정부의 정책집행이 관료적 타성에서 벗어나도록 일깨우는 엔진 기능을 여당이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야당의 발목잡기 탓도 있지만, 국회에서 개혁입법 과제를 풀어가는 정치력도 미흡했다. 총체적 결과물이 현재의 정체국면이다.
이 대표는 "일하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 강한 민주당"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당이 봉착한 문제에 대한 성찰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진다. 새 민주당은 목소리만 크고 군림하는 여당이어서는 안된다. 중앙권력은 물론 지방권력까지 맡긴 국민의 믿음에 부응하도록 성과를 도출하고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또 새 민주당은 정부 정책을 추수하는 수동적 여당이어서는 안된다. 청와대와 정부에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해 실효적이지 않은 정책은 수정하고 보완하도록 능동적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더욱 긴밀하고 내실 있는 당·정·청 회의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 정부'의 책임여당 자세이다.
이 대표가 취임 후 가장 우선 역점을 둘 사안으로 민생경제 연석회의를 가동키로 한 것은 좋은 출발이다. 민심은 가는 곳마다 온통 민생·경제 걱정이다. 작금의 고용 부진과 소득·빈부 격차 확대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과 노동자, 정부, 시민사회와 대화하고, 야당과도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모든 정책은 국회 입법을 통해 구현되는 만큼 야당과 협치는 필수이다. 이 대표가 '최고 수준의 협치'를 선언한 만큼 현실성이 있는 협치 구상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경륜 있는 당 대표를 택하면서도 40대 최고위원들을 배출해 당 지도부의 '노·장·청' 조화를 꾀한 대목이다. 최고위원 득표 1위를 차지한 박주민 의원과 김해영 의원은 각각 45세, 41세로 모두 초선 의원이다. 국민과 당원의 선택에는 기성 정치에 물들지 말고 청년들과 약자들의 목소리를 여당 지도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라는 명령이 담겨 있음을 두 최고위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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